암매장 여아 시신 수색 허탕…계부 고강도 재조사키로

아내의 학대로 숨진 의붓딸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안모씨가 시신 수색을 위해 연행되고 있다. 한덕동기자

4세 여아 암매장 사건을 수사중인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21일 진천군 야산에서 여아 시신 수습에 나섰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중장비와 경찰 수색견 등을 동원, 5시간 동안 암매장한 안씨가 지목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에도 중장비를 동원해 안씨가 매장 장소로 기억한 6곳을 팠지만 아이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안씨가 시신을 묻은 장소를 거짓으로 둘러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일단 수색 작업을 종료하고 안씨를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와 프로프일러(범죄심리분석관) 조사를 벌인 뒤 다음 수색 일정을 잡을 참이다.

안씨는 암매장 장소의 일부 지형이 바뀌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이의 시신을 수습하는 대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기로 했다.

경찰은 아이가 사망할 당시의 상황에 대해 다시 세밀하게 조사할 참이다. 친모 한씨의 학대행위로 아이가 숨졌다는 안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서 안씨는 “퇴근해 집에 돌아와보니 아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딸을 혼내주려고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몇 번 담갔더니 죽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곽재표 청주청원서 수사과장은 “현재로선 안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두 번에 걸친 안씨 진술이 일부 달라서 혼선을 빚고 있다”며 “친모의 학대 여부, 사체 방치 시간 등 진술이 엇갈린 부분을 다시 집중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진술이 부실할 경우에 대비해 당시의 정황증거, 안씨 부부의 메모장, 휴대폰 사용내역, 동선 등 모든 것을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실시된 친모 한모(36)씨에 대한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났다.

이에따라 경찰은 타살 정황이 없다고 판단, 한씨의 시신을 이날 오후 가족에게 인계했다.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쯤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모두 내 잘못이다.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청주=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