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까 두려웠다."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이하이가 꺼낸 첫 마디였다.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흔들렸던 고민이었다고 설명했다. 관심 밖, 또 오래 작업한 노래를 안 좋아해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공백이 길어질수록 걱정이 커지고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에 대한 원망도 생겼다.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미니앨범 '서울라이트'는 지난 9일 발매와 동시에 타이틀곡 '한숨'을 비롯해 수록곡 모두 차트 상위권을 휩쓸며 이하이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다시 미소를 되찾은 스무 살의 이하이를 봄의 길목에서 만났다.
-공백이 왜 이렇게 길었나.
"오랜만에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YG라는 큰 회사에 소속 가수가 무척 많다 보니 나뿐 아니라 대기하는 분들이 많다.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고 나 스스로 준비하는 기간도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3년이 흘렀다."
-많이 힘들었겠다.
"1년 반 정도 지났을 무렵이 가장 힘들었다. 앨범 준비가 생각보다 잘 안 되고 양현석 프로듀서에 서운한 점도 있었다. 잊혀지지 않을까 고민도 있었고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사람들이 안 좋아해주면 어쩌나 싶었다. 많이 외로웠다."
-어떻게 극복했나.
"어머니가 큰 버팀목이 됐다. 고민을 항상 들어주는데 잊혀지는 불안감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셨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 아직도 팬들이 많이 찾아와 널 기다리고 있다며 힘을 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들이나 한숨이 좋은 도움으로 작용됐다. 그래도 3년은 참 길었다."
-16세에 데뷔해 스무 살이 됐다.
"스무 살이 되면 뭔가 다를 것이라고 여겼다. 원래 다 그런 것인지 나만 그런 것인지 생각보다 별 다르지 않다."
-꿈꾸던 스무 살은 뭐였길래.
"영화 속 커리어우먼? 환상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스무 살 파티도 열고 싶었다. 멋있게 옷 입고 하는 파티, 드라마 속 파티와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웃음). 수다만 떨다가 헤어졌다."
-데뷔 때부터 성숙미가 흘러 애늙은이 같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경향이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일을 빨리 시작해서 그런가 보다. 친구들이랑 가족들과 있으면 무척 활발한 편이다. 많이 애늙은이로 보는데 가끔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 상큼하게."
-상큼한 모습은 언제 볼 수 있는 건가.
"사실은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귀엽고 상큼하게 보이라는 양현석 프로듀서의 주문에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보탬이 될까 해서 애니메이션을 '덕후'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창 연애에 관심이 높을 나이다.
"하고 싶다. 연애를 꿈꾸며 20대가 되기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사장님의 허락이 아직 안 떨어졌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해도 되겠다 싶으면 하겠다(웃음). 이상형은 없는데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침까지 뜨거운 폰으로 통화하는 게 꿈이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 나타나도 연애 금지령에 발목 잡힐 것인가.
"사장님이 참 무섭지 않는데 뭔가 무섭다. 만약 만나면 혼나나 싶기도 하고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K팝스타' 이미지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내 이미지는 'K팝스타'에서 팝송 잘 부르는 아이 정도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때 모습이 참 좋았다. 분명 성장했다고 기대할 텐데 그 만큼 어떻게 채울까 고민이 많았다."
-요즘 'K팝스타'는 보고 있나.
"컴백 준비하느라 많이 못 봤지만 지난 시즌은 열심히 봤다. 사장님도 나오니 안 볼 수 없다. 정말 잘하는 어린 친구가 많은데 마음 졸이면서 본다. 얼마나 떨리겠나. 내 생각이 나서 땀을 쥐고 보게 된다."
-앨범명 '서울라이트'는 어떻게 지었나.
"음악적 장르를 가수로서 한국의 소울, 한을 담고 싶었다. 서울의 멋진 부분이 많은데 그것을 색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
-3년을 기다린 무대에 올랐을 때 기분 어땠나.
"너무 기다렸던 무대여서 전날 제대로 잠을 못 잤다. 떨리기도 했고 생각보다 편하기도 했다. 기분 좋았고 그냥 너무 좋은 기억 밖에 없었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묵묵히 열심히 하는 가수다. 자기 색을 지키는 가수, 어쨌든 독특한 색으로 주목 받았고 계속 그렇게 해 나가는 가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하이의 20대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나.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 잔뜩 할 수 있는 이하이! 한 번밖에 없는 것이니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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