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영화제 참석을 집단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혀 국내 대표적인 문화 축제인 부산영화제가 반쪽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인 비대위는 지난해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9개 영화단체가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주장하며 결성한 임시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은(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영화인 비대위 상임 대표와 이춘연(영화인단체연대회의 이사장) 영화인 비대위 고문, 방은진 감독, 정윤철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 등 10명이 참석했다.
비대위는 “부산시가 부산영화제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법적 대응까지 나서면서 영화제에 대한 노골적이 간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영화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넘어 국가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인 영화제를 낡은 정치적 잣대로 덧칠한 최악의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는 최근 독립성 강화를 내세워 정관 개정을 추진 중이고 이를 위해 영화인 68명을 신규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부산시는 새 자문위원의 위촉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지난 14일 부산지방법원에 자문위원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비대위는 “부산시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수많은 한국 영화들을 부산에서 촬영해 온 영화인들의 중재 노력을 오히려 외부 불순 세력의 개입이라고 모욕한다면, 더 이상 부산영화제에 발을 디딜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도 밝혔다. 이어 “이에 모든 영화인들은 각 단체별로 총의를 거쳐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참석을 거부하는 보이콧을 강력히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의 레드 카펫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텅 비게 될 것이며, 부산을 찾는 전국 관객들의 발걸음 또한 뚝 끊길 것이다”고 강력 경고했다. 영화인 비대위는 이 위원장 해촉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의 재발 방지 약속과 이에 대한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인들의 갈등은 2014년 제19회 부산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영화제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은 불거졌다. 부산시는 이후 영화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보복성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어 이용관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해 영화인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위촉으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으나 부산시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뒤 지난 2월 이 위원장을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촉시켜 파장이 확산됐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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