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시간에 궁궐을 찾는 외국인 선수를 본 적 있습니까?”
최용수(45) FC서울 감독이 희한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에 기특함과 대견함이 듬뿍 묻어났다.
최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선수는 수비수 오스마르(28ㆍ스페인)다. 오스마르는 올 시즌 FC서울의 주장이다. 서울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 주장은 처음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로부터 두루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오스마르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FM(필드 매뉴얼 : 야전교범)’으로 통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뛰다가 태
국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4년 1월, 서울로 이적한 그는 출중한 기
량과 깨끗한 매너를 자랑한다.
쉬는 날도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 그는 요즘 휴식시간에 아내 타마라(27)와
도심 궁을 종종 찾는다. 경복궁, 덕수궁을 거닐며 조용히 머리를 식히고 고
즈넉한 카페에서 아내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긴다. 외국인 선수들
이 보통 이태원의 음식점을 가거나 지인들을 집으로 불러 파티를 여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 이색적이다. 오스마르는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은 한국에서
도 궁궐은 조용한 분위기라 더 좋다. 근사한 경치에 좋은 커피도 함께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아내가 너무 좋아해서 자주 방문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최 감독은 2013년 3월, 태국 원정에서 오스마르라는 ‘보석’을 건졌다. 당시 서울은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같은 조였는데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다. 최 감독은 탄탄한 기본기와 헤딩, 경기 조율 능력까지 지닌 상대 수비수 오스마르에 매료돼 영입을 결심했다.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오스마르는 기대에 부응했다. K리그 첫 시즌인 2014년 34경기를 뛴 그는 작년에는 K리그 38경기, FA컵 3경기, 챔피언스리그 7경기 등 48경기를 풀타임 뛰었다. 특히 K리그에서 골키퍼를 제외한 포지션의 선수가 전 경기를 풀타임 소화한 건 2007년 성남FC의 장학영(35)과 김영철(40ㆍ현 성남 코치)에 이어 8년 만이고 외국인 필드 플레이어로는 처음이다. 꾸준한 실력과 체력, 철저한 자기관리까지 3박자를 갖춰야 가능한 대기록이다. 인성도 100점이다. 모든 축구단은 외국인 선수 관리에 늘 신경을 쓴다. 데얀(35ㆍ몬테네그로)과 아드리아노(29ㆍ브라질) 등 자존심 강한 선수들을 보유한 서울도 마찬가지. 최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 프런트들은 “오스마르 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