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탈북단체가 오는 26일 천안함 폭침 6주기를 맞아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과 대북 제재 국면에 반발해 북한이 연일 남측을 겨냥한 도발 위협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는커녕 대북 제재 국면에도 추가로 5차 핵실험에 나서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규탄하고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26일을 시작으로 파주 오두산과 임진각 두 곳 중 풍향을 봐서 대북 전단 50만장을 풍선 20개 가량에 매달아 날릴 예정이다. 앞으로 3개월 간 전단 1,000만장을 날려 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북한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북한자유주간(4월 마지막 주)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NGO 단체 30여 곳이 대북 전단 살포 행사에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전단 살포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되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기본권적 가치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되는 상황이 있다면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탈북단체들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해 통일부 당국자가 직접 박 대표를 면담해 자제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만류한 바 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따로 만나 설득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신변 안전 보장을 명분 삼아 경찰을 동원해 전단 살포 자체를 저지할 수 있다. 지난 1월에도 박 대표 등 탈북단체들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규탄하기 위해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 들었지만 경찰이 진입로를 차단해 무산시킨 바 있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필요이상 자극시켜 자칫 우발적 충돌로 비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대북전단에 대해‘종이폭탄’이라고까지 간주하며 유독 심리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2014년 10월 우리측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을 향해 북한 군이 고사총을 발사했고,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대응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뒤 서부전선에서 일대 포격도발을 감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 대북 심리전은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비대칭전력으로 여기는 만큼 반발 정도가 가장 심하다”며 “전단 살포를 빌미 삼아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공개로 날려도 되는데 굳이 날짜와 시간까지 예고하며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전단 살포 외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북단체들이 후원금 모금을 목적으로 일부러 공개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 대표는 지난해 3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10번 중 9번은 비공개로 한다. 다만 김일성 생일, 천안함 폭침, 노동당 창건일 등엔 공개로 한다. 당연히 선전효과를 노린 것이다”며 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후원금 모금에 있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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