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청년실업률이 12.5%란다. 매우 높은 수치라서 우리 청년들 걱정에 가슴이 아프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마저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통계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몇 년째 공무원 등 취업시험을 준비중인 젊은이나 취업준비를 위하여 대학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에 머무는 학생들이 빠져 있다. 업무의 자동화와 기계화로 일손이 점차 불필요해지는 세상인데 이제 인공지능(AI)까지 상용화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취직난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 여론조사 결과 3주 뒤에 실시될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20대가 72.2%에 육박해 30대(65.6%)와 40대(60%)보다 더 높게 나왔단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20대 가운데 57.1%만 같은 대답을 했으니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말 높은 실업률에 화가 난 20대가 투표장으로 몰릴 것인가. 일반적으로 정치학에는 경제상황과 투표율의 관계에 대하여 세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는 경제가 나쁘면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의 여론조사에서 20대가 악화된 경제의 책임을 물으러 투표장으로 몰려간다는 기대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경제가 나쁘면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이론도 있다. 경기가 나쁘면 정치에 신경 쓸 시간이 없고 투표하러 갈 시간에도 일을 해야 산다는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경제와 투표율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이론도 있다. 물론 경제상황과 선거결과 사이에는 보다 강한 인과관계가 확인된다. 경제가 나쁘면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경제상황이 투표율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결과는 흔하지 않지만 경제가 나빠졌어도 정권을 다시 맡겨놓으면 더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가 최근 선거에 반영돼 있다는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진다.
그 다음으로 이번에 20대의 투표참여가 한참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2012년 총선에서 투표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형성됐다. 2008년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28.1%였는데 2012년에는 41.5%로 무려 13.4%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동안 20~24세의 투표율은 32.9%에서 45.4%로 12.5%포인트 올랐고 25~29세의 투표율은 24.2%에서 37.9%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이와 더불어 19세의 투표율과 30대의 투표율도 상당히 뛰었다. 2012년 투표율 상승은 탄력을 받아 2016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긴 추세를 살펴보면 이러한 기대의 근거는 약해진다. 청년층의 투표율은 2008년에 이미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였다. 예컨대 2008년 총선에서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24.2%로 바닥을 쳤고 따라서 2012년에는 투표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2년에 투표율이 올랐던 것만큼 올해에도 그만큼 더 오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2012년 총선에서 각 연령대의 투표율이 아직 2004년 총선 수준으로 회복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2016년 총선에서도 2,30대의 투표율이 약 5~10%포인트 정도 상승할 여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가 있다고 해서 2016년 총선의 투표율이 그만큼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모하다. 2012년 총선 때는 청년층의 지지와 관심을 몰고 다녔던 안철수와 박원순이 있었지만 2016년에는 안철수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가 몇 토막 나 있다. 2012년에는 반값등록금이니 청년층의 근심을 어루만지는 공약이 있었지만 2016년에는 그 어떤 공약과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번에 청년층의 투표율이 전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청년층이 앞으로 4년 동안 자신의 운명과 국가의 장래를 맡길 후보를 잘 골라서 제대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n포세대라고 투표까지 포기한다면 청년을 위한 조국은 더 멀어진다. 청년들이여, 헬조선이라 골방에서 툴툴대지 말고 투표로 세상을 바꾸라.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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