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교수 “車와 건축은 통해
연식 등 쌓여야 좋은 車 판단 가능”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내달 토론회

“연구소명이 ‘미래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미래’인 것을 주목해 주세요.”
이달 초 설립된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가 자동차 업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의 미래를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는 국내에서 처음인데다 소장이 자동차공학과가 아닌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박재용(42) 연구교수라서 더 그렇다.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 교정에서 만난 박 교수는 “자동차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탈 것’의 변화와 연관 산업, 우리의 삶 등을 모두 아우르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연구소 설립 이유를 밝혔다.
사실 박 교수는 한양대에서 자동차로 석ㆍ박사를 받은 차 전문가다. 이대에서 근무한 2013년 말부터 자동차 전문지에 정기적으로 기고도 하고 있다. 그는 “공기역학의 원리나 구조 해석 등은 자동차와 건축이 같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작 단계라 서울 합정동의 한 오피스텔에 차린 연구소 규모는 초라하다. 박 교수가 소장이고, 기계공학을 전공한 연구원 2명이 상근한다. 다만 학계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외부 연구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자체 연구 외에 앞으론 외부 용역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자동차에 애정을 쏟게 된 건 부산에서 사업을 한 아버지의 영향이다.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한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자연스럽게 차의 매력에 빠졌다. 교수가 된 뒤에도 낮에는 연구를 하면서도 밤에는 시간을 쪼개 자동차를 파고 들었다.
그러나 정작 박 교수가 직접 구입한 차는 없다. 그는 아버지가 타던 1996년식 재규어 ‘다임러6’와 크라이슬러의 1999년식 ‘카라반’을 물려 받아 타고 다닌다. 다임러6는 20년 된 차인데 주행거리는 5만5,000㎞에 불과하다. 애초 목표였던 40년간 100만㎞ 주행 목표는 달성이 어렵게 됐다.
박 교수는 “주행거리와 연식이 누적돼야 좋은 차인지 판단할 수 있는데 우리는 무상보증기간이 지나면 차를 바꾼다”며 “주행거리와 연비, 속도, 가격 등 사람마다 각기 다른 차 선택 기준 관련 연구도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학의 날’인 다음달 21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연구소의 첫 공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주제는 최근 화제인 ‘자율주행차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이다. 그는 “어떤 경우든 약자 보호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모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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