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경제방송진행자(MBC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지난주에 발표된 우리나라의 2월 실업률은 4.9%, 취업자수는 1년 전에 비해 22만3,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고용 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것 같긴 한데 온통 숫자뿐이니 감이 잘 오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과연 이 정도면 얼마나 안 좋은 걸까요. 1년 전보다 22만개 넘는 일자리가 더 생겼다는데, 그럼 괜찮은 거 아닐까요? 숫자로만 쏟아지는 고용통계의 이면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
청년 실업률은 왜 높아지나
청년실업률은 15세부터 29세 사이의, 취업을 했거나 취업을 하려고 노력하는 청년들 가운데 일자리를 못 찾은 사람들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나타낸 비율입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일자리를 간절히 구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못 찾는 청년들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청년들의 인구는 늘 비슷한데 일자리를 간절히 구하는 청년들의 숫자는 매년 크게 달라집니다. ‘일자리를 간절히 구한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은 취업원서를 내는 등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를 일자리를 간절히 구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채용을 많이 하는 시즌에는 원서를 내는 청년들도 많아지니 일자리를 간절히 구한다고 간주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그러면 그 중에 상당수는 실제로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게 일반적이니 실업자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채용시즌이 끝나면 원서를 낼 일도 줄어들고 그러면 그냥 학원에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통계청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면서 간절히 취업을 원하는 청년’으로 분류하는 사람들 숫자가 감소합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일자리를 못 찾은 경우라도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다 보니 실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업률도 낮아집니다.
그래서 실제 취업한 청년들 숫자와 청년 실업률은 따로 따로 움직입니다. 취업을 많이 했어도 실업률이 높아지기도 하고 그 반대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2014년 12월에 청년취업자는 385만명이었는데 청년실업률은 9.0%였는데요. 2015년 5월에는 청년취업자는 396만명으로 더 늘어났음에도 청년실업률은 9.3%로 더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청년 인구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요. 청년 인구는 오히려 매년 2만명 가량 감소하고 있습니다. 취업자가 늘었어도 구직활동이 활발해지다보니 실업자로 분류되는 청년들이 늘어서 생긴 현상입니다.
고용률 지표의 의미는
실업률 통계의 가장 큰 문제는 그 통계만으로는 청년층의 취업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한 이들의 숫자만으로 도출되는 고용률(혹은 전체 청년인구 가운데 취업한 청년 비율인 청년고용률)을 고용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가 실업률 목표가 아니라 고용률 목표(70%)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데요. 하지만 2월 고용률은 58.7%,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1.4%에 머물고 있는데요. 정부 목표치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더구나 고용률이라는 통계 역시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는데요. 고용되지 않은 청년이 학업을 위해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건지 취업이 안돼서 계속 휴학 중이거나 졸업을 미루고 있는 건지, 또 전업주부의 경우 본인이 원해서인지 아니면 취업이 안돼서 주부로 남아있는 건지 구별해내지는 못하니까요.
취업자수는 얼마나 늘어야 정상일까
통계청은 고용률이나 실업률 말고도 매월 일자리(취업자수)가 1년 전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도 발표하는데요. 이렇게 발표되는 일자리 증가분이 충분한 것인지 아니면 부족한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바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얼마나 늘고 있느냐입니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매년 40만명 가량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15~60세 인구는 20만~30만명씩 매년 증가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일자리는 매년 20~30만개씩은 늘어야 하고 적체되어 있는 실업자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늘어나줘야 합니다.
그런데 매년 늘어나는 일자리를 보면 2012년 44만개, 2013년 38만개, 2014년 53만개, 2015년 33만개인데요. 양적으로만 보자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선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월 들어서는 이 수치가 22만명대로 떨어졌으니까요. 예의주시해서 봐야 할 겁니다.
게다가 이 통계 역시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는데요. 일자리가 몇 개 늘어나느냐보다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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