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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당 없어 인물에 초점… ‘안희정 키즈’선전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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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당 없어 인물에 초점… ‘안희정 키즈’선전 여부 관심”

입력
2016.03.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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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ㆍ장수찬 교수와 충청 르포

젊은층 유입…선거구 증설된 아산 “野勢가 좀 있다고 봐야지유?”

부여ㆍ청양과 선거구 합쳐진 공주, 이완구 낙마에 세대 투표 대결 조짐

도농 공존 관광특구인 대전 유성, 새누리ㆍ더민주 표심 구도 바로미터

괴산 더해지며 판세 변수 생긴 영동, 與 수성이냐, 野 탈환이냐 이목

최창렬(오른쪽) 용인대 교수와 장수찬(가운데) 목원대 교수가 19일 충남 공주 산성시장의 한 상가에서 상인으로부터 지역 민심을 듣고 있다. 공주=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최창렬(오른쪽) 용인대 교수와 장수찬(가운데) 목원대 교수가 19일 충남 공주 산성시장의 한 상가에서 상인으로부터 지역 민심을 듣고 있다. 공주=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지만, 충청 민심은 열길 속에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광역단체장 자리에 야당 후보들을 싹 앉혔다. 더구나 이번 4ㆍ13 총선은 충청지역 맹주 없이 치러지는 첫 선거이자, 충청 기반의 지역 정당 없이 치러지는 첫 선거다.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등의 충청당이 여당에 흡수 통합되면서 사라졌고, 지역 맹주로 부상하던 이완구 전 총리는 불명예로 물러났다. 충청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기가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진 이유다. 본보 총선 자문위원인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와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가 충청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지역들을 19일 찾았다. 최 교수는 정치 패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장 교수는 한국NGO학회를 이끄는 등 대전ㆍ충청지역에서 시민사회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대전 3대 3, 충북 5대 3, 충남 7대 3, 세종시 0대 1의 성적을 거둬, 여당이 우위였다. 이번 20대 총선에선 충남과 대전에서 1개씩 지역구가 늘어 모두 27석을 놓고 경쟁한다.

정당헤게모니 사라진 충청, 인물이 관건

이날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민심 탐방팀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충남 아산. 당진, 천안과 함께 충남 북부벨트 핵심 도시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사업장과 협력사들이 밀집해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급증해 이번 총선부터 선거구가 갑ㆍ을로 하나 늘었다. 최 교수가 “충청도처럼 표심을 알기 힘든 곳은 새로 생긴 선거구가 판세 읽기에 요긴하다”며 제안한 곳이다.

천안아산역에서 아산 시내로 가는 택시 안. “표심을 볼 때는 이런 분구 지역 같은 무주공산이 제일 좋죠. 기사님 이 동네 분위기 어때요?”최 교수의 질문에 기사는 뜸을 들이다 창 밖을 가리켰다. “새로 생긴 아파트 숲 보이쥬? 아무래두 근처 공장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 야세가 좀 있다고 봐야지 않겠시유?”탐방팀은 ‘백지’상태를 유지하며 편견 없이 지역 소리에 우선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15분 가량 달려 도착한 온양온천역. “정 기자,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은 게 맞아요?”(최 교수) 주말에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시내는 한산했고, 선거 분위기도 거의 느끼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 인근 상가에서 만난 주모(50ㆍ회사원)씨는 “영ㆍ호남처럼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표를 던진다”며 “지자체장은 누구, 지역 국회의원은 누구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2012년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합쳐진 뒤 정당 헤게모니가 없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야세가 세다는 말도 일리 있지만, 새누리당에서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에 따라 판세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무주공산인 아산을에는 더민주에서 전략공천된 강훈식 후보와 이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선화 순천향대 교수가 경쟁하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에 유리한 구도다.

이어 찾은 곳은 공주. 이번 총선에서 이완구 의원 지역구인 부여청양 선거구와 합쳐진 곳으로, 현역인 박수현 더민주 의원과 3선 경력의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가 칼을 겨루고 있다. 장 교수가 “청양 출신인 이완구 전 총리 낙마 이후 지역 맹주 부재에 대해 지역민의 상실감이 대단한 선거구”라며 탐방에 포함시킨 지역이다.

이 같은 민심을 두 교수는 금세 확인했다. 공산성 인근 산성시장에서 잡화상을 운영중인 정모(71ㆍ여)씨는 “야당은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데 지겹다. 박 의원이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지역 발전이 안됐다”며 “대표 주자가 하나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됐겠냐”고 되물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심모(59ㆍ여)씨는 “누가 되든 상관 없다”면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거물급 정치인의 등장=지역 발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새누리가 이기지 않겠어요?”(최 교수) 하지만 인근 정육점에서 만난 김모(48ㆍ남)씨는 “힘 있다고 예산을 더 받아오고 힘 없다고 덜 가져온다고 하니 정치가 욕 먹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장 교수는 “전형적인 세대 투표 대결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최 교수는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면서도 박 의원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 판세를 내다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3대3’ 황금비율 대전은, 유성이 핵심 키

세 번째로 찾은 곳은 대전의 유성. 역시 인구 증가로 선거구가 갑ㆍ을로 하나 추가된데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관광특구로 대규모 연구단지가 있어 다양한 계층, 세대를 유권자로 두고 있는 곳이다. 이상민 더민주 의원이 유리한 을지역으로 옮겨갔고, 갑 지역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민병주 의원과 조승래 더민주 후보가 겨루고 있다. 장 교수는 “조 후보가 안희정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안희정 키즈’들의 당선 여부가 이곳의 최대 관심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안희정 키즈에게 쉽지 않은 게임이라고 전망했다. “조 후보 이력에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관, 안희정 충남지사 비서실장 경력만 보이죠? 민 의원의 ‘여성’ ‘과학자’처럼 자신의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약해요.”

하지만 최 교수도 새누리와 더민주 양자구도로 압축되고 있는 유성갑 지역이 충청권 민심을 들여다 볼 바로미터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대전에서는 새누리당 모든 현역 의원들이 공천을 받았고, 더민주도 현역들이 우위에 있으니 3대 3으로 양분돼 있는 판이 크게 흔들릴 것 같진 않아요.” 유성갑 선거 결과에 따라 대전의 색이 정해지는 만큼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장 교수는 아직 시간은 있고, 야당이 의석을 챙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유성갑은 15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당선된 적이 없어요. 진보성향이 뚜렷하다는 얘기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유성갑은 권선택 시장에게 52%의 표를 줬고, 허태정 유성구청장에게는 59%의 표를 줬어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 조 후보를 비롯한‘안희정 키즈’들이 선전할 경우 안 지사는 대권후보로서의 입지를 상당히 구축하게 되는 만큼 지역 정가에선 안희정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비상하다고 장 교수는 소개했다. 장 교수는 조 후보와 함께 박수현 의원, 김종민(논산계룡금산) 후보, 나소열(보령서천) 후보까지 4명을 안희정 키즈로 꼽았다. 김 후보는 충남도 정무부지사를, 박 의원과 나 후보는 지방선거 당시 선대위원장을 지낸 안 지사 최측근들로 모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안 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조 후보는 지난 17일 최명길 전 MBC 유럽지사장을 제쳤고, 앞서 15일에는 나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나 후보는 서천군수를 지내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인구가 더 많은 보령이 고향인 김태흠 의원과 겨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들이 성공하려면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최 교수)

“‘안희정 효과’를 한번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안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매번 수위를 달립니다. 이 사실을 또 충남 사람들이 다 알아요. 대통령이 누구든, 소속 당이 무엇이든 일 잘하는 사람 뽑았더니 쓸만하다는 거죠. 안 지사랑 손발을 맞춘 사람이라면 믿고 표를 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장 교수)

소속 당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충청 민심을 이번 탐방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 최 교수는 “마땅한 관전 포인트가 없는 충청권 선거에서 안희정 지사 측근들의 선전 여부도 충청 표심의 한 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 지역에 돌고 있는 구제역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최 교수가 “날씨도 따뜻해지는데, 구제역이 바로 잡히지 않고 확산해서 선거 때까지 간다면 현역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가 될 것 같다”고 하자, 장 교수는 “구제역 문제가 선거판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민심 탐방에 나선 최창렬(오른쪽) 용인대 교수와 장수찬 목원대 교수가 19일 충남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길에 충청권 지도를 펼쳐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주=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지역민심 탐방에 나선 최창렬(오른쪽) 용인대 교수와 장수찬 목원대 교수가 19일 충남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길에 충청권 지도를 펼쳐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주=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TK화 하는 충북, 원인은 야권 인물난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충북의 민심을 엿볼 수 있을 지역으로 의견을 모은 영동. 새누리당의 박덕흠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으로 지역구 조정을 통해 보은옥천영동에 경대수 의원이 갖고 있던 괴산이 더해지면서 판세가 적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 괴산은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는 옥천, 옥천과 인접한 영동과 달리 야세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꼽힌다.

장 교수는 “충청권으로 묶이긴 하지만 충북은 기본적으로 야세가 강했던 곳”이라며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5대 3으로 여당에 마당을 내준 야당이 세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동지역은 이용희 전 의원이 5선을 한 곳으로 야당의 텃밭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던 곳이다. 현재 이 전 의원의 아들인 이재한 후보가 박 의원을 상대로 두 번째 매치를 벌이고 있다.

이날 찾은 영동역 인근에서 접한 영동 민심으로 새누리당으로 더 기우는 듯 했다. 학교 교직원이라고 소개한 박모(36)씨는 “여당이 잡은 뒤로 지역 발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야당이 그렇게 오래 잡고 있어서 지역이 낙후됐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영동 토박이 한모(58)씨는 “우리 스스로도 야당에서 여당으로 서서히 넘어가는, TK화 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에 이어 충북에서도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의 제3당 효과가 감지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유승민 공천 파동, 이해찬 전 총리 컷오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충청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지역을 이끌 걸출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여당 우세의 19대 선거판이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아산ㆍ공주ㆍ대전(충남)ㆍ영동(충북)=글ㆍ사진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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