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강원 속초의 한 오피스텔. 허가증을 갱신하지 않은 총기 소유자의 소재를 찾던 경찰관이 우편함에 수북이 쌓인 고지서를 보고 이상한 낌새에 문을 따고 들어갔다. 33㎡(10평) 남짓한 오피스텔 냉기 가득한 거실 바닥에는 70대 노부부가 숨져 있었다. 차갑게 식은 2구의 시신 주변에는 약이 든 병과 바짝 마른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가족이 없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 달라. 2015년 9월 6일” 종이에 적힌 내용이다. 경찰은 중풍 등으로 투병해 온 노부부가 6개월 전 음독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 가족이나 이웃과 단절된 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이 늘면서 고독사는 한국사회의 일상이 됐다. 정부 통계를 보면 연고 없는 고독사만 한해 1,000명을 넘는다. 전체적으로 5분에 한 사람씩 아무도 모르게 숨진다는 통계도 있다. 가족 해체의 가속화로 현재 1인 가구는 523만명에 달한다. 이 중 혼자 사는 노인이 145만명. 1인 가구 빈곤율은 47.2%로 전체 가구 평균(13.7%)의 3.5배나 된다. 가난하게 혼자 살면 고독사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독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40대, 50대가 고독사의 절반을 점한다.
▦ 취업난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20대, 30대 젊은층의 고독사도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종사하면서 연애나 결혼을 포기한 채 사회적으로 고립된 ‘나홀로족’이 급증한 탓이다. 일본 남성의 경우 50세까지 결혼 경험이 한 번도 없는 평생미혼율이 2005년 16%에서 2030년에는 30%에 이를 전망이다. 3명 중 1명은 평생 미혼으로 산다는 얘기인데, 실업자가 되거나 병에 걸리면 사회적으로 고립돼 고독사와 맞닥뜨릴 위험이 크다.
▦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스웨덴은 주거공동체를 통해 개인 소외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프랑스는 방을 구하는 대학생을 독거노인과 연결해 같이 사는 코로카시옹이라는 동거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은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고독사가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하면 즉시 자치회에 알리는 긴급통보 체제를 마련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문득 밀려오는 고독감이나 죽음에 대한 불안을 늘 안고 살아간다. 아무런 보살핌 없이 홀로 맞는 죽음만큼 비참한 일도 없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의 고독사 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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