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세종시 한솔동에 240㎡ 규모로 개업한 A횟집은 최근 문을 닫았다. 손님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월세는 턱없이 비싸고, 인건비 부담도 적지 않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맞은편 건물 2층에서 영업하던 칼국수 식당과 고기집도 비슷한 시기 문을 닫았다. 수지를 맞추는 것은 고사하고, 있는 돈을 계속 까먹어 더 이상 운영하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한솔동 한 외식업체 업주는 “손님 자체가 많지도 않은 데다 점심 때만 반짝하는 걸로는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며 “건설현장 인부들은 죄다 함바식당으로 가니 점심 때 테이블을 꽉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신도심 상가에 입주한 자영업자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한솔동은 물론, 세종시 상가 전체가 건설현장의 함바식당 등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의 상가 임대료는 4분기 기준 ㎡당 3만 5,000원으로, 전국 평균(2만 8,800원)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세종시의 매장용 상가 투자수익률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66%에서 2분기 0.50%, 3분기 0.78%, 4분기 0.61%에 그쳤다. 이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세종시 상가 기존 가게가 사라지고, 신규 분양도 여의치 않아 텅 빈 곳이 많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세종시지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등록 외식업체가 월 30~5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10개도 채 안 된다”며 “한솔동 상가의 2층 이상 입주한 가게는 상당수가 빠졌고, 아예 입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외식업체가 주축을 이룬 자영업자 100여명은 최근 함바식당과 중앙부처 공무원의 통근버스 운영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국무조정실과 세종시, 행정도시건설청, LH세종특별본부에 전달했다. 탄원서는 함바식당과 건설사 간 독점 계약 등으로 인부들이 식당을 찾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 담겨 있다. 이들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버스로 출퇴근해 매출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세종시 건설현장 인부가 모두 2만여명을 헤아리지만 대부분이 함바식당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해결해 인근 식당을 찾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할 정도”라며 “공무원들도 서울 등지로 출퇴근해 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동네가 텅 비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청 관계자는 “신도시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상권이 이동하는 등 다소 불안정적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첫마을 한솔동의 경우 2-2 생활권이 형성되면 상권이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