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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기억과 성찰, 화해와 연민을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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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기억과 성찰, 화해와 연민을 화두로”

입력
2016.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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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3년 만의 재단 설립…피해자 상처 보듬기 절실

도시 전체 집단 치유로 ‘고담대구’ 탈출해야

불탄 전동차 팔아 넘긴 무신경이 추모공원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남아

김태일 2.18 안전문화재단 이사장
김태일 2.18 안전문화재단 이사장

2003년 2월18일 대구는 멈췄다. 이날 지하철 화재참사로 사망자만 192명이 발생했던 대구에서는 가족과 친척, 친구, 이웃의 이웃까지 도시 전체가 집단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참사의 상처를 보듬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2ㆍ18안전문화재단’이 15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사고 13년 만이다. 초대 이사장에는 김태일(61) 영남대 교수가 선임됐다. 그는 사고 당시 실종자인정사망위원회에 참여한 인연으로 오랜 시간 피해자들과 함께 해왔다. 김 이사장을 만나 오랜 답보 끝에 설립된 재단이 가야 할 길과 정체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_‘2ㆍ18안전문화재단’은 어떤 기구인가.

“대구지하철참사 피해자를 위한 국민성금 중 사고 수습에 사용하고 남은 113억을 종자돈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이다. 피해자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향후 5년 간은 대구시 보조사업비 10억 원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공익 관련 인사 6명, 피해자 단체 대표 5명 등 이사 11명과 피해자 단체와 대구시가 각 1명 등 간사 2명 등 13명의 임원진으로 구성됐다.”

_재단은 어떤 일을 하나.

“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장학 및 안전복지사업, 안전ㆍ방재 관련 학술연구ㆍ기술지원 사업, 시민 안전문화 활동 육성, 추모공원 조성 등이 모두 재단 사업이다. 추모사업을 구체적으로 보면 추모공원, 추모탑 조성과 안심기지창에 남아있는 불탄 전동차 2량의 거취 문제가 있다. 팔공산에 있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추모’란 이름을 가지지 못했다. 추모비로 볼 수 있는 테마파크 내‘안전상징조형물’도 같은 이유로 다소 완화된 명칭을 가졌다. 주변상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들의 걱정을 해소하면서 추모공원이 그 의의에 걸 맞는 이름과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겠다. 또 10년이 넘게 비닐에 덮여 안심기지창에 덩그러니 있는 사고 전동차량을 어디에 두어야 그 의미를 제대로 나타낼 수 있을지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_많은 과제 중 가장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사고 피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제까지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이런 분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행히 일상으로 돌아간 분들도 있지만 아직도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분들도 많다. 피해자들의 현황을 추적해 꾸준히 그들이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 책임당사자들과 대구시민 전체에 대한 치유 과정도 필요하다. 책임 당사자들도 트라우마,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요구된다. 또 지하철 참사로 대구는 외부로부터‘사고도시’,‘고담대구’ 등의 비난을 받게 됐고 시민들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냈다. 집단치유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재단이 우선해야 할 일은 치유다.”

_재단 설립까지 13년이 걸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대구시와 피해자 단체, 피해자 단체 간 재단 운영 주체와 국민 성금 사용을 두고 이견과 갈등이 계속되면서 설립에 어려움이 있었다. 2008년 재단 설립이 논의되면서 이후 이사장에 선임됐지만 이런 갈등으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대구시의 소극적인 대처와 잦은 태도 변화는 피해자들과의 골을 더욱 심화시켰고, 피해자 단체 간에도 입장에 따라 시각 차이가 컸다. 밤샘토론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소통을 통해 피해자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했기에 재단이 출범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 권영진 대구시장의 해결의지가 큰 힘이 됐다. 목표지향적인 자세로 재단설립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데 크게 감사한다. 권 시장의 진심이 피해자들에게도 와 닿았을 것이다.”

_이제는 모든 갈등이 해소됐나.

“갈등이 해소됐다기 보다는 그 모든 요소를 한 테이블로 이끌어 냈다는 데 방점을 둔다. 불편해도, 힘들어도 하나도 내치지 않고 모두 안고 가려 한다. 이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그 동안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들 목소리만 냈고 오해와 갈등은 커졌으며 영향력은 없었다. 이제는 무엇이 되든 한 자리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 할 소통의 장(재단)이 생겼다. 갈등을 봉합해 나갈 준비가 된 것이다. 그들의 긴 이야기, 가슴에 뭉친 응어리를 끝까지 들어줄 인내와 리더십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가져야 할 역량인데 끝없는 인내로 소통을 만들어 내겠다.”

_재단이 추구하는 길은 어떤 것인가.

“기억과 성찰, 화해와 연민을 화두로 삼겠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통곡의 벽’을 세울 당시 반대의견도 많았다. 잊고 싶은 상처를 왜 다시 드러내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픔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높이 사야한다. 반드시 기억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또 이런 재단 활동을 통해 연민과 관심이 가득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사고 전동차량을 말없이 고철로 팔아 넘기던 무신경함은 ‘우리 동네에 추모공원은 안돼’라는 지역 이기주의로 남았다. 약자에 대한 연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슬픈 우리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피해자들을 품을 수 있을 때 스스로가 치유될 수 있다. 힘들게 만들어진 재단인 만큼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다하겠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약력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국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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