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3선 중진 진영(서울 용산) 의원이 2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때 비서실장과 현 정권의 인수위 부위원장, 초대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지내 원조 친박(친 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진 의원인 만큼 그의 야당 행은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진영을 넘나드는 정치권의 어지러운 이합집산에 현기증이 날 법도 하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당이 공천을 주지 않았다고 반발해 무소속 출마나 상대당에 들어가 정치생명 연장을 꾀하는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청와대 측은 진 의원에 대해 “선을 넘은 구태정치” “이렇게까지 당을 옮기면서 정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권 핵심의 배제 정치가 만들어낸 상황이다. 부당함을 호소하며 야당을 택한 인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진 의원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통치를 정치라고 강변하면서 살벌한 배격도 정치로 미화했다”고 친박계와 청와대를 겨냥했다.“특정인의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이 아닌 참된 정당정치가 소중하다”고도 했다.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으로 여당 내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중심의 이한구 공관위가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 하에 벌이는‘비박계 공천 학살극’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 야당 행 등의 불복 사태는 예정된 결과다.
선거철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좇아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는 행태는 늘 봐왔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도가 유난하다. 야권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분열로 어느 쪽에 서야 득인지를 놓고 눈치보기가 극심했고, 더민주에서 공천을 못 받으면 미련 없이 국민의당 행을 택한 현역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계 가운데 무소속 출마 선언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김종인 전 의원은 더민주로, 이상돈 교수는 국민의당 행을 택했다. 새누리당은 진보 정권인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 중이다. 주요 정당들이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공천 싸움, 원칙과 기준 없는 인물 쟁탈전에 골몰하는 행태에 국민들은 개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2번에 배정돼 ‘셀프 공천’이란 빈축을 사고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유례 없는 비례대표 5선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선 중진들에게 분위기 쇄신을 위한 희생을 요구하면서 정작 대표는 자신의 이익부터 챙긴 모양새여서 정치도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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