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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6] 타임워프(Time Warp) ① 마르지 않는 샘, 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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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6] 타임워프(Time Warp) ① 마르지 않는 샘, 복고

입력
2016.03.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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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는 가성비, 취향저격, 있어빌리티, 수저론에 이어 스포츠와 연예, 경제계의 흐름을 아우르는 다섯 번째 키워드로 '타임워프(Time Warp)'를 선정했다. 타임워프란 시간 왜곡이라고도 하며, 시간의 흐름을 과거나 미래로 옮길 수 있는 공상적인 현상을 말한다. 드라마 하나로 시청자의 감성과 소비가 1980년대로 옮겨왔고, 기업들은 이를 놓칠세라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편집자주>

▲ 롯데제과 '응답하라 1988 추억의 원정대' (사진=롯데제과)

■ '그때 그 물건' 쏟아내는 유통업계

복고가 가장 환영받는 곳은 유통업계다.

추억의 맛을 내세워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새로움'으로 접근해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겨줘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구 세대를 아울러 공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50여년 전 출시된 제품이 재출시되거나, 복고풍을 반영한 신제품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복고 마케팅을 활용한 업체들의 성적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 롯데제과 '가나초콜릿'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의 간접광고(PPL)에 참여한 롯데제과는 복고를 활용한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가나초콜릿' '월드콘' '빼빼로' 등 1988년 당시 팔리던 제품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PPL에 참여한 대부분의 제품들이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관련 제품에 대한 구입 문의가 이어지자 롯데제과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대형 할인점과 유통점, 편의점에서 드라마 속 1980년대 제품을 그대로 재현한 '응답하라 1988' 추억의 과자 판매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가나초콜릿 TV 광고 모델로 드라마 여주인공을 기용해 당시 광고와 비슷한 콘셉트의 CF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주류업계에서도 복고현상은 뚜렷하다. 순한 소주와 도수가 높은 전통 소주로 나뉘는 도수 양극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저도주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주 본연의 쓴맛과 도수가 높은 전통소주를 선호하는 '주당'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몇 년간 복고 열풍과 더불어 과거의 소주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소주를 즐겨찾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하이트진로 '참이슬 클래식' (사진=하이트진로 페이스북)

패션업계도 복고열풍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항공점퍼가 뜨고 스키니 대신 부츠컷(나팔바지)이나 와이드 팬츠가 유행하면서 판매가 연일 증가하는 추세다. 남성헌 G마켓 패션실 실장은 "올해도 레트로 패션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실제 날씨가 풀린 최근 일주일 동안 나팔 소매 블라우스나 통 넓은 부츠컷, 일자 청바지 등 복고풍 의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에서의 복고는 '브랜드 확장'의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브랜드 확장은 신제품에 기존의 브랜드를 연결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경영전략. 복고의 영향으로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이 관심을 받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지난 1월 서울 텐바이텐 대학로점에 복고 열풍을 몰고 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관련해 과거 추억의 아이템을 현대화한 공식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다방면에서 활용되는 복고마케팅

복고마케팅은 유통업계에서만 통하지 않는다.

응팔의 영향으로 LG전자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드라마의 출연진 중 한 명이 금성사(현 LG전자)의 대리점주로 열연을 펼치고, 화면 곳곳에서 80년대 금성사의 인기 가전제품들이 등장한 덕분이다. 잊혀진 상표 '골드스타(GoldStar)'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로 재탄생한 것이다.

▲ LG전자 '응답하라 금성' 이벤트 (사진=LG전자 페이스북)

LG전자는 드라마에 등장해 화제가 된 제품들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80년대 광고 카피였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를 최신형 세탁기 '트윈워시' 광고에 사용한 것이다. 기억에 남는 80년대 LG전자 제품을 꼽는 '응답하라 LG전자' 이벤트를 SNS에서 진행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참여도가 평소 대비 각각 67%, 115% 증가하기도 했다.

▲ LG전자 '응답하라 금성' 이벤트 (사진=LG전자 페이스북)

과거 간판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워 젊은 세대의 선호도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눈에 띈다. 최근 강남 압구정에 아시아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팀버랜드'는 브랜드 전성기인 90년대를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초대장부터 이벤트까지 복고 이미지를 살렸고 매장의 상당 비중을 브랜드 오리진 아이템인 '옐로부츠'로 채웠다. 주목할 점은 복고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영감을 받아 새롭게 재창조한다는 것이다. 트렌드에 맞춰 현대화된 복고는 멋스러움과 촌스러움의 경계에서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인기, 복고

복고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잃어버린 것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복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세대를 불문하고 기대 이상이다. 복고가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신세대에게도 매력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되살려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 출시 비용이 절감되고 제품 충성도가 높은 소비층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복고는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다.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여 안정적인 감정을 주고 위안하는 역할을 한다.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복고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불황이나 사회적 불안정을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복고문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며 그 시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현하는 복고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복고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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