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 야구를 낮게 본다는 얘기 아닌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에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상한선으로 800만 달러(약 93억원)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KBO리그 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MLB 사무국은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포스팅 금액의 상한선으로 800만 달러를 정할 것을 제시했다. KBO는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포스팅은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현재는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 낸 구단이 선수와 독점협상권을 갖는다. 포스팅 금액은 전 소속 구단이 가져간다.
포스팅 금액이 높다는 건 그만큼 선수의 가치가 높게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2012년 말 전 소속 구단인 한화에 포스팅 금액으로 2,573만7,737달러를 안기고 떠났다. 연봉 협상에서는 6년 총액 3,600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포스팅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선수에게 돌아가는 연봉은 줄어든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말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으로 1,285만 달러를 적어 냈지만 연봉은 그보다 적은 4년 1,200만 달러를 책정했다.
문제는 MLB 사무국이 제시한 '800만 달러'다. MLB 사무국과 일본야구기구(NBP)이 2013년 12월 정한 포스팅 상한선인 2,000만 달러(약 233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평가가 그만큼 낮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선수의 가치에 비해 800만 달러는 너무 낮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0일 "800만 달러의 책정 기준이 뭔가. 한국 야구의 수준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과 같은 금액이라면 몰라도 800만 달러는 아니다"며 "이제 일본과 우리 야구의 수준이 대등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가 가는 것인데 그 정도를 받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일본은 2,000만 달러, 우리는 800만 달러라는 건 말도 안 된다. 일본과 똑 같은 금액이라면 상관없겠지만 800만 달러는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포스팅 상한선이 정해지면 선수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강정호(피츠버그)와 박병호(미네소타)를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보낸 넥센 염경엽 감독의 의견은 달랐다. 염 감독은 "포스팅비가 2,000만 달러가 되든 800만 달러가 되든 선수 연봉은 똑같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포스팅비가 적게 책정될수록 선수가 더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염 감독은 "예를 들어 구단이 포스팅비로 3,000만 달러를 적어 냈다면 그 선수를 꼭 잡고 싶어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틀어질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800만 달러를 적어 내고 협상을 한다면 구단 입장에서 계약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포스팅비에 상한선을 두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양상문 LG 감독은 "구차하게 올려달라고 하지 말고, 우리도 상한선을 요구하면 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 선수의 몸값에 상한선 50만 달러 정도로 제한을 두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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