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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룸 옆방 문틈에 음란 쪽지, 성범죄로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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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룸 옆방 문틈에 음란 쪽지, 성범죄로 처벌 못해"

입력
2016.03.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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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특례법, 통신매체만 규제

음란물 직접 전달하면 대상 안 돼

협박죄 등 형법 적용 가능성은 남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음란한 쪽지를 여성의 집 출입문 틈에 반복해서 끼워 넣은 옆방 40대 남성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적용한 성폭력처벌특례법 조항이 문자나 메일 등으로 음란한 내용을 전달한 때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해석이어서 음란쪽지를 직접 전달한 경우는 처벌이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남겨졌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처벌특례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로 기소된 이모(47)씨에게 징역 6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경북 문경시의 한 원룸에 살면서 2013년 11~12월 옆방 여성 A씨의 출입문에 A씨와 유사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쪽지를 6차례나 꽂았다. 여성의 성기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씨에게 적용된 특례법 조항(13조)은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 그림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ㆍ2심은 이에 따라 각각 징역 1년,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법률 해석을 달리했다. 해당 조항은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내용물을 전달할 경우 처벌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씨처럼 직접 전달한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처벌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해석이란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의 행위가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검찰이 성폭력처벌 특례법이 아니라 형법을 적용해 이씨를 처벌할 여지는 있다. 음란한 문서ㆍ도화를 배포한 죄나 지속적인 해악의 고지를 들어 협박죄를 물을 수 있다. 또는 경범죄처벌법(불안감 조성행위)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씨의 행위를 음란물 배포나 협박으로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해 이런 법 조항을 적용해도 처벌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조계 일각에서 비판이 있지만 입법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내용을 직접 전달한 경우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도록 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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