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 과정에서 합병 정보를 이용해 67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남긴 인수 대상 회사와 증권사 내부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은 콜마비앤에이치와 미래에셋증권 합병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고 제3자에게 정보를 누설해 부당이득을 취한 콜마비앤에이치 재무담당 상무 김모(45)씨와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모(43)씨 등 4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합병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전 미래에셋증권 직원 김모(37)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콜마비앤에이치 직원 강모(43)씨 등 3명은 벌금 2,500만원~3,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SPAC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로, 3년 내에 우량 업체를 인수해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다. 미래에셋제2호SPAC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2014년 4월 화장품 연구개발업체인 한국콜마홀딩스의 비상장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를 흡수해 탄생했다. 합병 후 공모가 2,0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쳐 2014년 여름엔 3,4배 가량 뛰었다.
미리 합병 정보를 꿰뚫고 있던 콜마비앤에이치 임직원 8명은 합병이 진행되던 2014년 7~8월 주식매매를 통해 적게는 1,700만원에서 많게는 2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상무 김씨는 합병 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해 3만주를 미리 매수했다가 되팔아 2억2,000만원을 벌어들였다. 합병 업무를 담당한 직원 중 한 명은 친형에게 내부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미래에셋 부장 이씨 역시 경영 상담 업체인 구루에셋 대표 윤모(43)씨에게 합병 정보를 제공했다. 윤씨도 자신과 가족, 회사 명의를 총동원해 89만주의 주식을 사들여 총 5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우량 중소기업에 상장과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인 SPAC 제도를 악용한 금융범죄”라면서 “피의자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 67억원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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