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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천경쟁의 득실과 전망: 19대 총선 여론분석 기준

입력
2016.03.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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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이 최종 투표에 미친 영향: 새누리당엔 변수, 민주당엔 변수 안돼

새누리당 지지층의 공천 긍정평가자 74.3%

부정평가자 64.6%만 새누리당 후보지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공천평가가 최종 투표에 영향 못 미쳐

새누리당을 탈당한 진영(3선·서울 용산)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새누리당을 탈당한 진영(3선·서울 용산)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20대 총선 후보 공천과정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여야 모두 공천 몸살을 앓고 있다. 테러방지법과 연계되면서 선거구 획정이 지연된 탓도 있지만, 여야 공히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현역 컷오프 및 전략공천을 확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주요 지역에서 경선 없이 각 당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생존과 탈락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그 결정은 수용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탈락자들과 그 지지층이 “공천학살”이라 반발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는 분위기다. 위로부터 공천을 집도하는 양당의 지도부는 자르기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컷오프 대상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과연 공천과정에 대한 여론은 양당의 공천과정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러한 여론의 반응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지난 4년 전 2012년 4.11 총선에서의 공천과정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여당은 친이(親李) 대 친박(親朴), 야당은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 진영 간 공천 경쟁이 치열했고 실제 선거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장승진 2012). 공식선거운동 시작 시점인 3월30-4월1일에 실시한 동아시아연구원(EAI) 패널조사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해서는 32.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32.7%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당시 민주통합당의 공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는 27.2%에 그쳤다, 40.7%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계가(計家) 결과: 새누리당의 판정승, 승부는 지지층이 갈라

새누리당 지지층의 새누리당 공천 평가, “잘했다” 65.4%

민주통합당 지지층의 민주통합당 공천 평가, “잘했다” 47.4%

여야의 공천경쟁의 향방은 각당 지지층에서의 반응이 결정적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65.4%, 못했다는 평가는 17.7%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지지층에서조차 과반에 못 미치는 47.4%만이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잘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38.0%에 달했다.

반면 본선에서의 승부를 좌우하는 무당파의 경우 각 당의 당내 경선 결과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무당파 층에서의 각당 공천에 대한 평가를 보면 새누리당 경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33.9%, 민주당 경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37.2%로 오차범위 내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긍정적인 평가는 새누리당 16.8%, 민주당 17.4%로 차이가 없었다. 양당의 공천과정에 관심이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각각 49.3%, 45.4%로 과반에 가까운 무당파층은 양당의 공천경쟁에서 한쪽으로 쏠인 평가를 하지 않아 양당의 공천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담한 무당파: 선거 임박한 후보 결정, 당내 경선은 무관심

D-30이전지지 후보결정, 새누리당 지지층 36.5%, 민주당 지지층28.9%, 무당파 9.6%

D-2~3 이내 결정, 새누리당 지지층 24.4%, 민주당 지지층 32.8%, 무당파 62.5%

무당파들이 양당의 공천과정에 대한 관심이 낮고 여론의 쏠림이 없는 것은 정당 지지층과 당파성 강한 유권자들과 달리 투표선택을 결정하는 매카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 당에 대해 일체감이나 애착심을 갖고 있지 않고 경계를 오가며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선택한다. 시기적으로 보면 결정된 후보들의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기, 즉 선거 막바지 되어서야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결정한다(박원호 2013; 정한울 2013).

[그림4]에서 정당지지별 지지후보 결정시점을 비교해보자. 새누리당 지지자의 경우 36.5% 투표일 30일 이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늦어도 선거 일주일 전(D-30~D-7)까지는 75.6%가 이미 지지후보를 결정하였다.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의 경우 투표일 30일 이전에 결정하는 비율이 28.9%, 일주일전까지 67.2%가 결정하여 새누리당 지지자들에 비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시점이 늦다. 선거일 일주일 이내에 결정하는 사람(D-2~3~D-day)하는 비율은 새누리당 지지자의 24.4%, 민주통합당 지지자의 32.8% 수준이다. 반면 무당파층은 투표일 에 임박해서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비율(D-2~3~D-day)이 62.5%나 된다. 당에 대한 일체감과 충성심 없는 이들은 예선 경선보다 본선 경쟁기에 관심을 집중한다(정한울 2013).

공천이 최종 투표에 미친 영향 : 새누리당에는 변수, 민주당에는 상수로 작용

새누리당 지지층의 공천 긍정평가자 74.3%, 부정평가자 64.6%만 새누리당 후보 지지

공천경쟁에 대한 평가에서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공천경쟁에 대한 평가에서의 우위가 실제 득표로 전환되는 데 있어서는 새누리당이 손해를 보는 역설적 상황이다. 여야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의 경우 새누리당의 공천에 부정적일수록 새누리당 지지강도가 약해진다. 새누리당 공천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실제 최종 투표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64.6%에 그쳤다. 반면, 새누리당 공천에 긍정적인 지지층에서 74.3%가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공천을 잘했다는 평가가 많으면 득이지만, 공천이 나빠지면 지지층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공천이 선거 지지율의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경선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지지자들의 실제 투표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거주, 민주통합당 지지층 중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의 65.4%가 최종 총선투표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공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지지층에서도 66.7%가 투표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 대상의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다.

새누리당 지지자는 대체로 선거 초기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면 강한 충성심을 유지한다. 따라서 공천 등 초기 변수가 중요할 수 있다. 반면 야당 지지층은 단일화 등으로 선거 막바지에 표심을 정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선거 초기 공천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경쟁에서는 졌지만, 지지자들의 공천평가가 최종 선거에서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새누리 최고위는 이날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비롯한 20대 총선 공천과 관련한 잡음을 논의할 계획이다.오대근기자 inl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새누리 최고위는 이날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비롯한 20대 총선 공천과 관련한 잡음을 논의할 계획이다.오대근기자 inlner@hankookilbo.com

퇴행적인 20대 총선 공천 : 평가와 전망

“유권자 주권과 소통의 자리”를 “전략과 정무적 판단”이 대체

득실에선 새누리당이 타격 클 듯

현재 여야 공관위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위로부터의 컷오프와 특정 세력에 대한 인위적인 공천 배제과정에서 탈당 선언과 지지자들의 격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0대 총선 공천의 성적표는 어떻게 매겨지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총선의 공천이 각 당 지지층과 무당파에 미친 영향이 현 20대 총선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여론의 반응만 보면 야당 지지층의 반발과 당내 분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공천경쟁 격화로 야당이 이번 총선에의 공천경쟁의 우위를 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부 이탈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의원, 이미경 의원 등 컷오프 대상의원들이 당의 결정을 수용하며 정돈되는 양상이며, 앞 장의 분석처럼 실제 표의 이해득실에서는 야당 지지층의 이탈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여당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과 친박의 강한 압박 하에서 외형적으로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의 균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도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큰 지지이탈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대 총선 공천경쟁은 일대일 구도 하에서의 치러진 19대와 달리 여당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천 갈등으로 내홍이 커지고, 야당간 경쟁을 촉발하는 제3정당의 존재로 이해득실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연일 쏟아지고 있는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심란한 것은 이번 공천파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례없는 선거구 획정의 지연, 전략공천과 인적쇄신을 명분으로 휘둘러지고 있는 지도부의 임의적인 공천, 민심을 명분으로 한 계파의 이익과 권력 의지 등 공천과정에서 부정적인 상황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예비경선이 대거 전략공천으로 대체되면서 유권자들의 국민주권의 자리를 정무적 판단과 전략적 계산이 대신하고 있고, 유권자들과의 소통의 공간은 기계음의 여론조사들이 빼앗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자리가 없어지는 만큼 민주주의의 질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20대 총선에서의 공천경쟁은 모두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주인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현실이다.

정한울(한국일보 객원기자,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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