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나도 놀랐다. 한 번도 없었다. ‘문화’가 국정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삼은 것, 자체가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
문화야 늘 있었다. 그러나 늘 ‘잘 먹고, 잘 살게 되면’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한 부수적인 존재였다. 그것이 이제 주도적인 역할로 등장한 것이다. 문화융성은 문화예술 각 분야의 진흥은 물론, 그것을 통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국민의 ‘문화권’(文化權)을 규정한 ‘문화기본법’을 만들었고, 지역과 계층, 세대 간의 문화격차 해소 및 지역 고유문화의 발전을 위한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했다.
문화융성을 위한 실천과 방향이 잘 드러난 것이 2014년 1월에 출발한 ‘문화가 있는 날’ 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이 날에는 전국 국 공립 도서관 야간개방 확대 및 문화프로그램 운영,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조선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 무료개방, 전국 주요 영화상영관의 영화 관람료 할인,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부모 동반 입장 시 프로농구, 프로배구 관람료 특별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국공립기관을 중심으로 800 개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민간시설이 자율적 참여가 이어지며 지금은 프로그램만 2,000개를 돌파했다.
국민들도 이제는 문화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문화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일상과 함께 하는 것이 되었다. ‘보는 문화’에서 직접 참여하는 문화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게 됐다. 과거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문화예술을 배웠지만, 이제는 스스로 ‘즐기기 위해’ 악기를 배우고, 노래를 하고, 무대에도 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실력과 열정도 전문가 못지않다. 그 예로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한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인 ‘주경야락’의 참가자들은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했다.‘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문화예술을 즐기는’ 동호인들의 저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하는 문화’는 문화인프라가 열악한 소외지역과 계층에도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참여를 통해 ‘보는 것’ 이상의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빈민촌 아이들에게 자립과 희망을 심어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노년층으로 구성된 ‘실버악단’들이 연주봉사활동을 통해 즐기면서 나누는 문화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자발적 문화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집 근처에서 문화를 더욱 쉽게 즐기고, 참여하는 ‘생활문화센터’도 28개나 운영 중이며, 올해 30여 개가 더 문을 연다.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 전국 곳곳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문화향유와 참여를 위해서는 지역과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자원들을 발굴하고, 새롭게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하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이나 마을잔치, 축제 등이 있어 자연스럽게 공동체와 함께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급속한 사회변화로 사라진 이 같은 전통을 되살리고,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면 우리의 삶에 문화는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평생 문화와 함께한 나는 ‘문화가 가진 힘’을 믿는다. 문화는 국가의 경쟁력이자, 국민의 자부심이다. 노년층에게는 바쁜 삶에 잠시 잊었던 행복을, 청년층에게는 비전과 아이디어를, 어린이에게는 꿈을 준다. 또한 문화가 주는 여유로움은 나와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사회갈등 해소와 창의적 사고로 아름답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문화융성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문화로 행복해지는 것, 이를 위해 문화융성위원회도 열정과 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표재순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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