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에는 ‘송송 커플’ 송중기 송혜교만 있는 건 아니다. ‘구원 커플’인 진구와 김지원도 있다. 티격태격 ‘밀당’을 즐기는 송송 커플 보다 순탄치 않는 사랑의 길을 가려는 구원 커플에 응원의 보내는 시청자들이 더 많다.
육사 출신 군의장교이자 특전사령관의 무남독녀 외동딸 윤명주(김지원) 중위와 검정고시 고졸출신 부사관 서대영(진구)의 계급과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이 애틋하기만 하다. 특히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서 상사에게 적극적은 구애로 사랑을 이루려는 윤 중위의 일편단심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걸 크러쉬’ 김지원(24)의 연기에 매료된 것이다. ‘직진’ 사랑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녀의 단호함은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현시대의 여성들을 대표하기에 충분하다.
그간 10대 청소년을 주로 연기해온 그녀에게 32세 나이의 윤 중위 캐릭터는 그야말로 대변신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윤명주 대위, 김지원의 매력은 어디부터 출발한 것일까. 그녀의 드라마들을 돌아봤다.
▦ 기면증 앓던 소녀…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LA 아리랑’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등 시트콤의 대가로 불리는 김병욱 PD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하이킥)은 김지원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하이킥’에서 여고생으로 출연한 김지원은 상큼한 외모에 발랄한 연기 이외에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질환인 기면증을 앓고 있는 코믹한 캐릭터까지 가미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보건소 의사였던 윤계상을 짝사랑하며 당돌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던 모습은 ‘태양의 후예’ 속 윤 중위와 비슷하게 닮아 있다. 윤계상의 동창이 초대한 전시회에 교복을 벗고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나타난 김지원의 모습은 당돌하면서도 예뻤다. 윤계상의 여자 동창을 의식해 그에게는 여자이고 싶은 마음이 전달돼서다.
‘태양의 후예’에서 서 상사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그의 전 애인 결혼식에 참석해 당당하게 연기하던 모습이 5년 전과 다르지 않다.
▦ 악녀의 시작…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예쁘고 도도해 보이는 외모는 항상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를 연기하게 한다. 김지원도 이러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남장을 하고 체고에 위장전학 한 구재희(설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강태준(민호)을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설한나(김지원) 캐릭터가 이를 말해준다.
‘체조요정’ 설한나를 연기한 김지원의 과제는 말 그대로 유연한 체조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실제로 두 달여 동안 하루에 6시간 정도의 고강도 훈련을 받으며 체조를 배웠다. 아시안게임에서 리듬체조 선수로 활약했던 당시 조은정 코치에게 강습을 받은 김지원은 리본 종목을 연습하는 장면에선 화려한 기술을 보이며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도 했다.
그러나 남장 여자라는 진부한 소재와 극중 몇몇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등으로 인해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시청률 10%도 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고는 쓸쓸히 종영했다.
▦ 차가운 얼음공주…SBS ‘상속자들’(2013)
김지원이 김은숙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재벌가 자제들이 다니는 제국고등학교에서 패리스 힐튼 같은 존재인 유라헬을 연기했다. 한국의 의류업계에서 한 획을 그은 RS인터네셔널의 상속녀였다. ‘태양의 후예’에서 일명 ‘장군의 딸’로 불리는 윤 중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하이킥’처럼 이 드라마에서도 여고생이었다. 그렇지만 차원이 좀 달랐다. ‘하이킥’에서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친구들과 우애를 다졌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상속자들’에서는 웃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얼음공주’의 모습을 보이며 도도함의 극치를 연기했다.
제국그룹의 아들인 김탄(이민호)과 정략 약혼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사업에 실패해 엄마에게 이혼을 강요당한 아버지를 보고서다. 어린 나이에 돈의 권력을 알고 독하게 변해버린 라헬을 연기한 김지원.
김은숙 작가의 마음도 흔들었던 것일까. ‘파리의 연인’과 ‘연인’에 출연했던 김정은, ‘온에어’와 ‘신사의 품격’의 김하늘에 이어 두 번째로 김 작가의 부름을 받아서다.
▦ 폭풍수다 웹툰작가…tvN ‘갑동이’(2014)
여기서도 10대다. 필명 마틸다로 웹툰 ‘짐승의 길’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바리스타 류태오(이준)를 모델로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짐승 같은 형사의 이야기를 연재하던 마지울(김지원)은 2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인 갑동이와 유사한 범죄가 다시 발생하면서 주목 받는다.
태오가 주는 힌트를 받아 갑동이 살인사건을 예고하듯 웹툰을 그려오다가 그가 실제 사이코패스인 것을 알게 되는 마지울의 캐릭터를 김지원은 침착하게 표현해냈다.
연기도 연기지만 이 드라마는 김지원의 헤어스타일로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상속자들’에서 뱅 헤어스타일로 이미지 변신을 한 그녀는 ‘갑동이’에서는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카락을 묶어 올렸다. 여성 시청자들은 여름 헤어스타일로 김지원의 헤어를 꼽으며 “앞머리를 얼만큼 잘라야 김지원처럼 예쁘게 연출할 수 있나?” 등을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려 관심을 보였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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