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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개, 복제하시겠습니까

입력
2016.03.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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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견 대니에게서 복제된 잰이 수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견종은 비글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탐지견 대니에게서 복제된 잰이 수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견종은 비글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연구나 실험용으로 시도되던 복제 동물들이 사람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공항에서 활약하는 각종 탐지견과 인명구조견, 경찰견, 군견에 이어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견까지 복제하고 있다.

18일 관련 학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국내에 반려견 복제를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미국 아폴로 그룹의 존 스펄링 회장,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 마쿰 세이카 마드 공주의 의뢰를 받아 사망한 반려견을 복제했다. 수암연구원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반려견을 포함해 700여마리 이상의 개를 복제했다고 밝혔다.

영국 로라 자크와 리처드 럼드 부부는 지난 해 한국을 찾아 숨을 거둔 반려견 딜런(왼쪽)을 복제했다. 버즈피드 비디오 캡처
영국 로라 자크와 리처드 럼드 부부는 지난 해 한국을 찾아 숨을 거둔 반려견 딜런(왼쪽)을 복제했다. 버즈피드 비디오 캡처

생활 속에 파고든 복제견

국내에는 아직 반려견 복제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부유층 뿐 아니라 서민들도 반려견 복제를 종종 의뢰한다. 지난해 말에도 영국의 한 부부가 죽은 지 12일 지난 복서종 반려견을 수암연구원에서 복제했다. 특히 이 경우는 개가 죽은 지 오래된 유전자정보(DNA)로 복제에 성공한 첫 사례여서 화제가 됐다.

화제의 주인공인 로라 자크와 리처드 럼드 부부는 반려견이 뇌종양으로 죽은 뒤 슬픔에 빠져있다가 복제 관련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수암연구원을 방문했다. 수암연구원은 1마리당 10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받고 복제 강아지 2마리를 지난해 말 럼드 부부에게 전달했다. 럼드 부부는 영국 데일리메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복제견이 원래 반려견과 똑같이 닮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이유는 상업적으로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암연구원, 서울대 동물병원 등은 5,000만~1억원을 받고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100만원을 받고 훗날을 위한 반려견의 체세포 보존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구 초기 미국에 상업용으로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제공했던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반려견의 체세포 보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국내에도 상당수 있다”며 “주로 반려견이 많이 아프거나 갑자기 죽었을 때 복제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전남 소방본부 순천소방서 소속 박석룡 핸들러와 복제를 통해 태어난 수색견 나라가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 119 구조본부 제공
전남 소방본부 순천소방서 소속 박석룡 핸들러와 복제를 통해 태어난 수색견 나라가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 119 구조본부 제공

특수 목적견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60여마리의 복제견들이 활동하거나 훈련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탐지견센터에서 활동중인 농축산물 검역견 14마리 가운데 9마리가 복제견이다. 이들 외에 17마리의 복제견이 예비 검역탐지견으로 추가 대기 중이다. 검역센터에서 26마리의 복제견 훈련을 담당한 김홍범 교관은 “탐지견 자질이 있는 개를 구하기 힘들다”며 “복제견은 원본견과 동일한 자질을 갖고 있어서 훈련을 쉽게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복제견은 동일 견종의 다른 개들보다 탐지견 합격률이 높다. 이승훈 농촌진흥청 동물바이오공학과 농업연구사는 “일반 개들은 훈련을 받아도 20~30% 정도만 합격하지만 복제견들의 합격률은 8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석 박사팀이 2012~2013년 복제한 인명구조견 다솔과 나라도 구조견으로 활동 중이다. 함께 복제된 구조견 누리는 제주도에 배치됐으나 지난해 12월 중순 죽었다. 전남 순천소방서의 박석룡 핸들러는 “아직 나라가 실전에 투입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단정하기 힘들지만 다른 훈련견들과 능력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검역탐지견 잰이 인천공항 내 여객터미널에서 수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검역탐지견 잰이 인천공항 내 여객터미널에서 수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동물 윤리 문제 우려 섞인 시각도

하지만 동물 윤리 문제를 들어 반려견 복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가 최근 동물 복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290명 중 65%가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복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영국 유전자감시 단체 진워치(genewatch)의 헬런 월레스 이사는 “상업적으로 동물복제를 하는 회사들은 사람들의 슬픔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반려동물 복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대변인도 “복제는 동물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동물 복제가 인간 복제의 전 단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동물 복제에 대한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동물복제가 인간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규제의 정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상업적 동물복제는 굉장히 심각한 일인데도 국내에서는 이를 해프닝처럼 취급한다”며 “정부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세금을 들여 복제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교수는 특수목적견 등 복제가 꼭 필요한 경우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적으면서 동물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인공수정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젖소는 대부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며 “인공수정을 통해서도 원하는 형질의 동물들을 탄생시킬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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