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아
80%는 가족 있어도 시신 인수 거부
“유족에 장례비 지원 고려해야”
홀로 외롭게 지내다 사망한 후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최근 5년간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8일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1,245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1년 682명에서 5년 새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무연고 사망자는 살던 집이나 거리, 병원 등에서 사망했으나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시신 넘겨받는 것을 거부해 사망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화장 등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홀로 살던 중ㆍ장년층이나 노숙인들이다.
무연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338명)이었고, 경기(204명) 인천(119명)이 뒤를 이었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중구(44명) 영등포구(36명) 중랑구(35명)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중구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중랑구에는 서울의료원이 있는데, 노숙인 등 무연고자들은 이런 국공립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연고 사망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니라 사망한 지역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사망 지역의 지자체에서 시신 수습, 화장 등을 한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9.6%로 가장 많았고, 60대(22.7%) 70대(21.4%) 40대(13.8%) 순이었다. 또 남성이 931명(75%)으로 여성(18%ㆍ성별 미상 7%)보다 4배 넘게 많았다.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중ㆍ장년층 남성이 주로 고독하게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무연고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갈수록 취약계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망과 복지안전망 밖으로 밀려나는 취약계층에 적절한 지원이 없기 때문에 무연고자가 늘어나고, 무연고사도 증가한다”며 “이들은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등 죽음까지도 불공평한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구청의 무연고사 담당 공무원은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가족이 아무도 없는 사망자는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라며 “이들은 주로 장례 비용에 대한 부담감, 오랫동안 가족관계가 단절됐다는 이유로 시신을 넘겨받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연고 사망자를 줄이는 근본대책은 복지체계 강화라고 말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한 이유로 가족해체가 발생하지만 복지를 강화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가족해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지내다 사망해 무연고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클 때는 가족들이 장례를 싸게 치를 수 있게 지원해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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