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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범고래 ‘틸리쿰’이 남긴 것

입력
2016.03.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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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해양파크 시월드에서 공연 중인 범고래 틸리쿰. 시월드 유튜브 캡처
미국 최대 해양파크 시월드에서 공연 중인 범고래 틸리쿰. 시월드 유튜브 캡처

최근 범고래 틸리쿰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틸리쿰의 행동이 무기력해졌고 건강이 악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틸리쿰을 보유 중인 미국 최대 해양파크 시월드 의료진은 틸리쿰의 폐가 박테리아에 감염됐는데 치료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틸리쿰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돌고래다. 하지만 유명해진 이유가 그리 달갑지는 않다. 틸리쿰은 사람 3명의 죽음과 연관되어 ‘살인고래’로 불렸기 때문이다. 1991년 틸리쿰은 캐나다의 시월드에서 수조에 떨어진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했고, 1999년에는 올랜드 시월드에서 수조에 몰래 들어왔다 숨진 일반 관람객의 시신에 상처를 입혔다. 특히 2010년 16년 동안이나 함께 했던 조련사 던 브랜쇼를 공격해 숨지게 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고, 이는 영화 ‘블랙피시’로도 제작됐다.

범고래가 원래부터 사람에게 공격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틸리쿰은 왜 사람을 공격했을까. 이는 틸리쿰이 쇼를 하는 고래로 훈련 받은 과정에 있다고 전문가와 동물보호가들은 말한다.

범고래 틸리쿰을 다룬 영화 ‘블랙피시’포스터.
범고래 틸리쿰을 다룬 영화 ‘블랙피시’포스터.

틸리쿰은 두 살 때인 1983년 아이슬란드 바다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붙잡혔다. 이후 좁은 공간에 갇혀 가혹한 훈련을 받았고, 도망갈 곳도 없는 수조 안에서 다른 고래들로부터 공격과 괴롭힘을 당했다. 틸리쿰의 길이는 약 6.9m지만 지름이 10m도 안 되는 수조에 갇혀 살았다. 범고래는 하루에 150㎞씩 헤엄친다고 하니 틸리쿰은 20년 넘게 욕조에서만 생활한 것이다.

틸리쿰의 사연은 전 세계에 오락을 위해 동물을 사육해도 되는 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틸리쿰의 나이는 서른 다섯살. 일반 범고래가 야생에서 50~60년을 사는 것과 비교하면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틸리쿰의 죽음을 앞두고 미국 시월드는 범고래쇼를 없애고, 범고래 번식 프로그램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엘 맨비 시월드 최고경영자는 미 일간 LA타임스에 기고를 통해 “범고래가 인간들의 손에 있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월드는 이런 사람들의 인식변화에 응답하기 위해 범고래 쇼와 사육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월드의 범고래가 대부분 야생이 아닌 시월드에서 태어난 것을 감안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살아 있는 동안 범고래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돌고래, 물개 등의 구조에 집중하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에게도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에 대해 동물보호론자들은 환영의 뜻을 전하고 있다. 평생을 수조에 갇혀 살았던 틸리쿰은 우리에게 동물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은 물론 현재의 전시동물 나아가 앞으로 미래의 전시동물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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