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깨워달라.(Wake up Russia)’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DW)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나 넴초바(32ㆍ여)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책 제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건 아버지가 저한테 남긴 말”이라고 강조했다. 넴초바의 아버지는 지난해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피살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로 넴초바 또한 암살 위협에 시달리다 지난해 6월 독일로 망명해 반(反)정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러시아에서 활동하던 반정부 인사의 딸들이 해외로 망명해 저항운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넴초바를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넴초바의 아버지 넴초프는 1990년 정계에 입문해 니제고로드주 주지사, 부총리를 역임한 뒤 2008년부터 반정부 운동을 이끌어 온 정치적 거물이다. 이런 넴초프가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반정부 인사들 사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급속도로 퍼졌다.
넴초바도 아버지의 피살 뒤 신변에 대한 안전이 위협당하자 망명을 결심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터무니없이 이뤄지는 수사에 더 이상 믿음이 없었다”며 “독일에서 더 제대로 (러시아 정부에)압박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넴초바는 현재 유럽회의를 향해 부친의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관을 임명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정부에서 경제 개혁을 이끌었던 이고르 가이다르의 딸 마리아 가이다르(34ㆍ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마리아는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로 국적을 옮겨 남부 항구도시인 오데사주 부지사로 취임했다. 당시 마리아가 조국을 배신했다는 여론도 일었지만 다수 외신들은 그가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갈등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공식 석상에 있는 사실 자체로 푸틴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마리아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소비에트 연방의 유산을 가진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살려 (러시아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낼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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