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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 "이세돌 보며 바둑 낭만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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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 "이세돌 보며 바둑 낭만 되찾았다"

입력
2016.03.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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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취미인 김장훈은 아마 5단으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누구 못지않게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공연세상 제공
바둑이 취미인 김장훈은 아마 5단으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누구 못지않게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공연세상 제공

가수 김장훈은 아마 5단의 실력을 지닌 연예계 유명한 바둑 애호가다. 지난 15일 바둑 TV에서 생중계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다섯 번째 대국 해설자로 나서기도 한 그는 “1국부터 4국까지 여러 번 복기하고 직접 바둑을 놓아” 보며 세기의 대결에 관심을 보였다. “근 10년 만에 바둑 때문에 밤을 샜다”는 김장훈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 대해 1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람이 두는 바둑의 낭만도 찾고, 인공지능에 대해 각성도 하게 된 경기였다”며 의미를 뒀다.

“경기 결과(이 9단의 1승4패)도 의미가 커요. 처음엔 무조건 이 9단이 5대0으로 이길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됐으면 인간이 교만에 빠졌을 테고, 3패 후 거둔 1승으로 더 값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보여줬잖아요. 이 9단이 이긴 한 판에 인공지능의 버그성 오류란 헛점을 보기도 했고요.”

김장훈은 어린 시절 천식에 악성빈혈로 몸이 약해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바둑은 그런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바둑을 처음 배운 건 그의 부모님 차를 운전해주던 기사를 통해서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운전기사분이 10급 정도였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깔고 두던 바둑수가 24개에서 18개 줄었고, 제가 나중엔 이겼죠. 놀라시면서 소질 있는 것 같다고 부모님께 바둑으로의 길을 추천해 주시기도 했죠. 그 때 제가 동네 기름집 아저씨부터 세탁소 아저씨까지 깨고 바둑으로 (서울)사교동을 평정했거든요. 병원 의사 선생님도 이기고, 하하하.”

바둑에 흥미를 보인 김장훈을 위해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바둑 해설가로 활동하던 고 김수영 7단이 운영하던 바둑 교실을 찾아갔다. 툭 하면 쓰러지는 아들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할 거라 걱정한 김장훈의 어머니는 아들의 바둑 프로 기사 입문을 꿈꿨다. 하지만, 역시 체력이 안 돼 바둑 기사의 꿈도 접었다.

“바둑 교실을 꾸준히 나갈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어려선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링거 맞고 살 정도로 몸이 안 좋았거든요.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바둑 교실 나가는 것도 포기했죠.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바둑반에 들어갔는데, 그냥 취미로 하기로만 하고 이후엔 소소한 낭만으로 남게 된 거죠.”

그는 바둑의 매력으로 “우주의 원자보다 많다는, 늘 새로운 수 대결이 좋았다”는 걸 꼽았다. 바둑 속 경우의 수는 최대 250의 150승으로, 천문학적 수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직관에 의존해 경우의 수를 좁혀나가고, 바둑은 두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판이 펼쳐진다. 구글이 알파고의 상대로 이 9단을 선택한 이유도 이 9단이 가장 창의적인 바둑을 두기 때문이다. 바둑의 예측불가성의 매력에 빠진 김장훈은 “바둑을 두다 상대의 묘수가 나오면 전율이 와 운 적도 있다”고 했다.

“보통 컴퓨터 게임은 하다 보면 끝이 보이잖아요. 끝을 깨기 위해 혹은 원하는 점수를 따기 위해 오락실에서 두 달 동안 돈 때려 박으면서요. 그런데 바둑은 수가 무궁무진해 매뉴얼 하나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게임이죠.”

김장훈은 바둑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웠다”다고 했다. 그에게 바둑은 “삶의 나침반”이다. 노래하며 혹은 일상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바둑에서 십계명과 같은 위기십결(圍棋十訣)을 떠올린다.

“바둑의, 공격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라는 공피고아(攻彼顧我)가 제 독도 홍보 전략의 출발이었죠. 캐나다 토론토 도서관에 한국 서적 관련 구입비로 2만 달러를 기부한 것도, 우리가 해외에 독도 문제를 알리는 노력을 너무 등한시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최근 사회 전반에 바둑 열풍이 불면서 바둑 용어가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비슷한 이유 아닐까요?”

김장훈은 이 시대에 바둑이 필요한 이유로 “끝없이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걸 꼽기도 했다.

“바둑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복기예요. 경기에 져 아픈 것도 다시 놓으며 곱씹어야 하는 게 바둑이죠. 그걸 수 없이 반복하고요. 그러면서 지는 걸 배우고, 질 때도 돌을 놓고 머리를 숙이는 예까지 갖춰야해요.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지는 법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일을 알려주는 게 바로 바둑이라고 생각해요.”

한국기원 홍보대사를 맡으며 바둑 전도사로 나선 그지만, 이 9단과 알파고의 계기로 사회가 관심을 보여야 할 새로운 화두는 “인공지능”이란 의견도 들려줬다. 김장훈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첨단 무대 장비를 만드는 협업을 하는 등 문화와 과학의 협업에 관심이 많은 가수다.

“알파고가 인공지능의 힘을 보여줬잖아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도 인공지능의 한 부류고, 경제의 차세대 성장 엔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사물인터넷 올림픽을 만들어 그 흐름을 이끌어보는 건 어떨까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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