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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권위 가질 수 있나"

입력
2016.03.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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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재소장 개헌 필요성 제기

헌재가 4심 맡는 ‘재판소원’ 언급

대법은 “개인의 주장일 뿐” 선긋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초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초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8일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도록 한 헌법 111조 3항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이 희석된다”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재가 다시 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국회의 쟁점 법안 통과 전에 헌재가 사전에 위헌 심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이 헌재와 경쟁관계인 대법원과 각을 세우면서 헌재의 권한을 최고 법원으로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석상에서 드러낸 것이다.

박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신문방송인편집협회 토론에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 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다. 박 소장은 “(선출되지 않고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은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 받지 못한 상태”라며 이로 인해 “헌재가 이중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희석돼 과연 권위를 가질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독일처럼 의회가 헌법재판관을 전부 지명하거나 대통령과 의회가 함께 지명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국회 헌법 개정위원회의 안에도 추천위원회가 있어서 (대통령과 국회의 지명권을) 결합하는 형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법원의 개별 재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재판소원’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고 있다. 헌재가 4심을 하게 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해 국민적 혼란과 막대한 사법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 소장은 “사법 비용의 문제, 사법부 신뢰 향상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4심제냐 아니냐보다)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영역은 헌재의 판단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이 헌재 소장에 대해 6년이 임기인 헌법재판관 중에 임명한다고만 돼 있을 뿐 임기를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점에 대해서도 “(소장으로 임명되면 재판관 잔여임기가 아닌) 새롭게 6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날 박 소장의 주장에 대해 “개인의 주장”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박 소장의 말은 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 지금 대법원이 입장을 밝히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재판소원 역시 사법권을 대법원을 정점으로 사법부에 부여한 현행 헌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국회가 사회갈등 조정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입법과정에서 위헌여부를 가리는 ‘추상적 규범 통제’ 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중요한 입법안이 10년 이상 국회에 방치되기도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상적 규범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은 법이 시행돼 소송이 진행될 경우 해당 법률의 위헌여부를 따지는 ‘구체적 규범 통제’만을 허용한다. 추상적 규범 통제는 소송과 무관하게 국가기관의 신청이 있을 경우 헌재가 심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또는 4분의 1 가량의 동의가 있을 경우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헌재 심의를 거쳐 갈등 요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이는 법안에 대해 국회가 헌재에 유권해석을 미리 받아 보는 일종의 ‘예방의학적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9년에도 국회의장 산하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추상적 규범통제 도입 의견을 내놓았다가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반론이 일었다. 헌재가 지나친 권력을 가진다는 지적과 함께 법안에 반대하는 소수가 헌재의 심리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 밖에 박 소장은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이 제기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국회의장이 19대 임기 종료 전에 의견을 제시했고 빠른 시일 내에 마칠 수 있도록 심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시행 시점인 9월 이전에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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