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자산 선호ㆍ달러 약세 탓
1100원대 중반 유지” 전망
외환당국이 구두개입까지 나서며 원ㆍ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세를 저지하려고 했던 게 불과 한 달 전.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은 최근 급락세로 반전했다. 이틀 간 낙폭이 30원이 넘고, 연중 고점과 비교하면 80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젠 다시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1,173.3원)보다 10.8원 내린 1162.5원에 마감했다. 무려 20원 급락했던 17일에 이어 이틀 동안 30원 넘게 떨어진 것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연초 이후 원ㆍ달러 환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불안에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돈이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9일 “원ㆍ달러 환율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음에도 환율 상승세는 지속되며 같은 달 25일 5년8개월 만의 고점(1,238.8원)을 찍기까지 했다.
하지민 각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면서 원화는 다시 강세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폭 확대 등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선 데 이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초 네 차례로 예상됐던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로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줄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게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급격히 돈줄을 죄지 않기로 하면서 달러화 등 안전자산보다는 수익률이 좀더 높은 원화 등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며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거래가격이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넘긴 것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는 만큼 가파른 약세보다 충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까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경기둔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당분간 1,1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영성 현대증권 수석연구원도 “달러화 약세 압력이 계속 되겠지만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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