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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Who is a true New Yorker?(진정한 뉴요커는?)

입력
2016.03.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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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er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한국인만은 아니다. 세계적 대도시를 동경하는 사람도 있지만 범죄와 다인종 도시의 번잡함을 싫어하는 애증도 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New Yorker’다운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비꼼이나 냉소 비아냥의 답변이 더 많다. ‘Some reasons you’re a real New Yorker’라는 기준은 10가지부터 50가지 심지어 100가지나 있다.

CBS에서 10년간 방영된 ‘How I met your mother’라는 sitcom에서는 맨손으로 바퀴벌레(cockroach)를 잡아 죽여봐야 진정한 New Yorker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얼마나 살아 봤느냐가 기준이라는 얘기도 있다. 진정한 New Yorker는 NYC에 살면서 자유 여신상에 가보지 않고 영화 표 한 장이나 칵테일 한 잔의 가격이 14달러 정도라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도 한다.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통화를 하며 먹기도 하고 그러다가 택시가 오면 소리쳐 부르기도 한다. 무단횡단은 기본이고 소위 퓨전 음식(hybrid foods)에 호기심도 많아 굽 높은 구두를 신고도 30블록을 빗속에서 걷고 2시간이나 줄 서서 기다린다. 라면 면발을 햄버거 사이에 넣은 ramen burger나 waffle tacos같은 혼합 음식에 열광하는 것도 New Yorker다. NYC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cheesecake, John’s pizza, Shake shack burger같은 fast food나 햄버거가 대표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들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식당 앞에 줄 서서 한 두 시간씩 기다릴 때는 언제고 그러면서 ‘먹을 게 없다’며 불평도 한다. 즉 멋과 체면은 강조하면서 가난한 티는 못 내는 것이다.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라는 말을 ‘I’m in line’대신 ‘I’m on line’이라고 말하는 것도 NYC만의 언어다. 1년밖에 살지 않는 아파트 계약 때문에 부동산 소개비를 주는 게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주변은 항상 유행에 앞서고 있다고(edgy) 생각한다. 거지와 눈길을 피하지 않으며 타지에 살다가 돌아와서는 동네가 변하기 전에는 어땠다는 식의 얘기를 줄줄이 한다. New Yorker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한국 남자들이 군대 얘기를 하는 것이 떠오를 정도다.

그 기준이 무엇이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New Yorker는 ‘거침없이 말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때 ‘용광로’(melting pot)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맨해튼 동부연안의 다민족 구성을 지칭하던 것이다. 이제 850만 인구의 NYC에는 800개가 넘는 언어가 쓰일 정도로 다민족이 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백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라틴계 흑인 아시아계 순이지만 구성 면에서 36%가 외국 출생의 이민자이고 해외 중국인의 최대 인구가 이곳에 산다. 흑인 역시 여타 지역보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 중에도 Pasta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고 재미 한국인 교포의 15%가 NYC에 사는데 김치를 먹지 않는 한국인도 많다. 그래서 New Yorker의 기준과 정의는 다민족 다언어만큼이나 다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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