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33)씨는 지난해 5월 서울 반포동의 한 상가 주차장에서 천천히 후진하던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자신의 손목을 갖다 댔다. 운전자에게 보험접수를 요구한 박씨는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만 받은 뒤 보험금을 탔다. 넉 달 뒤인 9월, 박씨는 또 서울 대치동의 한 골목길에서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못 본 척하고는 차량 앞 범퍼에 다리를 부딪히고 바퀴에 발을 밀어 넣어 일부러 다쳤다. 이번에도 박씨는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서초ㆍ강남구 일대에서 16회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금 1,379만원을 타낸 혐의(사기)로 박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운전자가 인식하기 힘들고 차량 블랙박스의 사각지대인 사이드미러와 바퀴 부분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손목치기 10건, 바퀴에 발 밀어넣기 6건의 가짜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프로야구 구단 2군에서 활동했던 선수 출신으로 취미로 야구를 하는 사회인들에게 개인레슨을 해주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부인, 자녀들과 떨어져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에서 혼자 살던 중 벌이가 시원치 않자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보험사기 쪽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의 범행은 비슷한 사고 잇따라 접수되자 의심을 품은 한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보험사기로 가로챈 돈을 생활비로 탕진했다”며 “여죄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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