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재학생 학부모들이 다음달 25일부터 ‘기억교실(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교실)’ 정리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희생 학생 유가족들과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자체 중재안이다.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은 18일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히고 “재학생들에게 최소한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학교 측과도 협의된 사항이라는 게 장 위원장의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단원고와 학부모들은 다음달 24일까지 유가족 스스로 유품 등을 수습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둔 뒤 25일부터 11일간 강제 정리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남아있는 물품과 공동 기록물 등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겨 보존ㆍ전시하다 4ㆍ16민주시민교육원(가칭)이 지어지면 그곳으로 이전해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교육원은 도교육청이 단원고 인근에 지상 5층 규모로 건립하기로 한 추모공간이다.
학부모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기억교실이 비면 5월 6~15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학습공간으로 재 단장하기로 했다.
장 위원장은 “2주기 전까지 교실을 주말에 개방하고 참사의 교육적 의미와 교훈을 승화시키기 위해 교사 남측에 조형물을 조성하는 등 추모 계획도 잊지 않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 위원장과 전명선‘4ㆍ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은 17일 안산교육지원청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중재로 기억교실 문제에 대해 막바지 논의에 나섰지만, 뜻을 모으지 못했다. 다음달 16일 2주기에 맞춰 기억교실을 정리하기로 했던 지난 8일 협상 대표단의 잠정 합의안을 유가족들이 추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추모 공간인 교육원의 부지나 건립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돼 있지 않는 등 추모계획이 불분명하다”며 반대했다. 도교육청은 24일 다시 한 번 종교계 조정으로 모임을 주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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