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절반 동안 대회를 나갈 수 없는데 골프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올해는 대회수가 늘어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합니다.”
지난달 경기 용인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남자 프로골퍼의 넋두리다. 국내에서 몇 차례 우승까지 했던 이 선수는 언제 열릴지 모를 대회를 위해 몇 달째 후배들과 연습만 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17일 2016년도 KPGA 코리안 투어 일정을 발표했다. 올해도 대회수는 지난해와 같은 12개다. 첫 대회는 4월 21일 시작하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으로 지난해 11월 8일 끝난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 이후 6개월여만에 열린다.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은 지난해 이후 올해 첫 대회가 열릴 때까지 1년의 절반 가량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채 개점 휴업 상태다. 이는 앞서 일정을 발표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확연히 비교된다. KLPGA는 올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를 포함해 KPGA 보다 3배나 많은 36개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본 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일본에 진출하려는 남자선수들이 늘어나고, 그것도 여의치 않은 선수들은 아시안투어와 병행하며 ‘투잡’을 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승을 노릴만한 선수가 아니라면 투어에서 버는 상금만으로는 대회 참가비용, 레슨비용, 동계훈련 비용 등을 감당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든든한 후원사가 있는 선수들은 낫지만 이마저도 없는 선수들은 매년 발표되는 헐거운 투어일정표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반면 KLPGA 소속 골퍼들은 오히려 많은 대회 일정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내달 7일 국내 첫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 오픈을 시작으로 11월 20일 조선일보ㆍ포스코 챔피언십까지 7개월이 넘는 동안 추석 연휴와 혹서기 기간 동안 단 2주만을 제외하고는 31개 대회가 매주 열린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인한 부상 등이 우려되고 있다. 29개 대회가 열린 지난해에도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체력저하로 인한 기권자가 속출했다.
빡빡한 일정에 일부 대회에 불참 의사를 밝히더라도 인기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대회 흥행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대회 주최측과 대회 스폰서, KLPGA 모두 불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어깨 부상을 안고서도 결국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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