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A(29)씨는 당시 3개월 된 ‘프렌치 불독’ 종의 애완견을 500만원에 분양 받았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실내 세차장까지 애완견과 함께 출퇴근하며 애지중지 키웠다. 하지만 지난달 5일 그가 잠시 가게를 비운 사이 애완견이 열린 문 틈 사이로 뛰어 나갔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였다. 당시 가게에는 유리막 코팅 일을 하던 동업자 B(39)씨가 있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
A씨는 애완견을 병원에 데려가 수술 시켰지만 척추와 뒷다리 골절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결국 애완견을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었다. 수술 비용으로 370여만원을 쓴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목줄을 채우지 않는 등 관리 소홀 탓에 일어난 애완견 사고는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B씨와 함께 사고를 위장하기로 했다. 자신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난 터라 B씨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B씨는 이튿날 보험사에 “차를 운전하다가 목줄을 찬 채 산책 중이던 A씨의 강아지를 보지 못하고 들이 받았다”고 허위 신고해 보상금 770만원을 받았다. 생각보다 쉽게 보험금을 타내자 A씨는 욕심을 더 부렸다. 그는 일주일 뒤 보험사에 “사고 충격으로 목줄을 잡고 있던 손목을 다쳤고 이 과정에서 명품시계에도 흠집이 났다”며 추가 보상을 요구해 450만원을 더 받아냈다.
그러나 명품시계 손상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두 사람의 범행은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동물병원 수의사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보험처리를 하면서 보험료가 올라 명품시계 보상금도 지급할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고를 위장해 1,200만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두 사람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애완견 비용만 청구됐다면 그대로 보상절차가 진행돼 두 사람의 계획대로 사건이 마무리 될 뻔 했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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