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 착수했다. 민주당 후원자들에게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결집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압승한 ‘미니 슈퍼화요일’(15일) 나흘 전인 11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비공개 후원자 간담회에서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 선거운동이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당부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중립을 지켜온 오바마 대통령이 비공식이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원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신뢰 부족 문제로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면 클린턴 전 장관으로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당초 익명을 전제로 한 참석자들의 전언을 통해 알려졌는데, 백악관도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당 대선후보에 지명되면 그녀를 위해 선거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 행보는 결국 자신의 치적을 유지시키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민주당 정권이 이어져야만 ‘오바마 케어’와 총기규제 강화, 이민개혁, 이란 핵 합의 등 그가 재임 중 이룬 업적이 계승되기 때문이다. 제니퍼 프리드먼 백악관 부대변인도 “앞으로 몇 달간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 가정이 더욱 잘 되도록 하는 방향과 관련된 문제를 더욱 많이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참모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경우에 대비해서는 이미 구체적 작전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의회 연설에서 “유세장에서 천박하고 분열적 언사가 쏟아지는데 이는 미국의 위신과 관련한 문제”라고 지적한 게 ‘트럼프 때리기’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저지 방안의 핵심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들어낸 흑인, 히스패닉, 젊은층, 여성 유권자들을 ‘연합군’으로 재구축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상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상대 후보로 나서면 연합군을 동원하는 문제가 더 쉽게 해결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이민반대 입장과 여성 및 소수인종을 얕잡아 보는 듯한 발언들이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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