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파견 제한 없앴다 부활 추진
주요국 은행권 성과급 규제 강화
정부 파견 확대ㆍ성과급 도입 고집
자본 이해 대변ㆍ노동계 입지 약화 탓
고용 유연성 확대가 골자인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이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 양극화와 상품ㆍ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이 야기된다는 점을 깨닫고 선진국들이 노동 시장의 규제 강화로 방향을 전환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오히려 파견 확대와 성과주의 확산을 통한 유연성 강화에 목매달고 있다.
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 ‘독일 파견노동의 현실과 시사점’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03년 ‘하르츠 개혁’ 당시 폐지했던 파견 사용 기간을 다시 부활시키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르츠 개혁은 2000년대 초반 독일이 만성화한 자국 저성장ㆍ고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개혁으로 복지 축소와 노동시장 규제 완화가 핵심이었다. 사실상 재(再)개혁인 이번 규제 강화는 과거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던 사회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파견 노동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법안을 지난해 11월 사민당 소속 안드레아 나레스 독일 연방노동부 장관이 제출했다. 파견 노동자가 늘면서 규제 완화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파견 기간이 24개월로 조정된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파견직 평균 임금이 정규직의 57%에 그칠 정도로 임금 격차가 심해진 데다 개혁의 취지에 반해 기업들이 파견직을 정규직화하긴커녕 정규직을 파견직으로 대체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고 독일 정부는 보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반대다.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한테 파견 업종 제한을 풀고 고소득 전문직과 제조업 중 금형ㆍ주조 등 6개 ‘뿌리산업’에는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률 70%가 넘는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파견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며 독일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는 현실을 오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등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성과급제 도입 압박도 세계 추세를 거스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경제연구소의 보고서 ‘2007~2008년 위기 이후 글로벌 수준의 은행권 성과급 규제 흐름’에 따르면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미 주요국들과 국제금융기구들이 은행권의 성과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급제는 은행들을 자산 불리기 경쟁으로 내몰아 부실 자산을 쌓게 만들기 마련”이라며 “우리 정책당국이 들고나온 성과급제 확산 정책은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현 정부가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애초 간접고용(파견)ㆍ구조조정(성과주의) 상시화라는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4년 논문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관한 비판적 고찰’에서 “고용률 제고를 빌미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현 정부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지리멸렬이 정부의 역주행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계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노동 배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무기력하거나 기득권 세력화한 노조 몫이 컸다”며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는 자본가들과 공동체의 미래를 성찰ㆍ조망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집단의 책임 인식과 각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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