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해협(미국과 쿠바 사이 바다)을 건너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쿠바 사회가 들뜨고 있다. 1928년 쿠바 주민들이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첫 방문길을 장미꽃으로 수놓았던 것처럼, 오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쿠바에 머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큰 환대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하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가 온통 축제 열기로 휩싸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양국의 외교관계가 반세기만에 정상화된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면서 사실상 쿠바를 옭매어왔던 각종 제재가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쿠바태생으로 미 마이애미에서 사는 마리차 푸이그는 “쿠바 주민 모두 오바마 방문을 통해 생계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바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니우리스 이게라스는 “관광객이 많아진 덕분에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껑충 뛰었다”며 즐거워했다. 최근 아바나의 기념품 가게에선 쿠바혁명의 아버지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 형제의 얼굴 사이로 오바마 대통령 사진이 진열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쿠바 주민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바나에는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한 각종 준비가 한창이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로 유명한 아바나의 명소 말레콘 인근 도로에선 차선 보수 작업과 가로수 정리가 진행 중이다. 남미에 유행하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대비해 곳곳에서 군인들이 모기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쿠바 주민들의 기대는 조금씩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양국 간 미 달러를 이용한 은행 계좌거래를 허용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기점으로 쿠바 시장을 노리는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FT는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와 호텔 기업 스타우드가 쿠바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쿠바 대중을 상대로 연설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과 쿠바의 복잡한 역사를 소개하며 쿠바 정부의 인권 개선과 자유 확대 등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AP는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미래가 쿠바 국민의 손에 달려 있으며 미국이 더 이상 카스트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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