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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내 다리 뻗을 공간을 확보하라

입력
2016.03.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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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은 '용적률 게임'을 테마로 선정했다. 사진 속 건물에서 붉게 표시된 부분은 건축 대장에 포함되지 않은 '잉여 공간'으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고민의 흔적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은 '용적률 게임'을 테마로 선정했다. 사진 속 건물에서 붉게 표시된 부분은 건축 대장에 포함되지 않은 '잉여 공간'으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고민의 흔적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용적률이라는 단어야 말로 가장 서울스러운 표현 아닐까요.”

용적률,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 면적의 합의 비율. 그러고 보니 맞다. 서울에 산다는 1,000만 인구 모두가 저마다 다리라도 한번 마음 편히 뻗어보려면 단 한 뼘의 땅이라도 낭비해선 안된다. 해서 올해 5월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참가하는 한국관의 전시 주제는 ‘용적률 게임 :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으로 정해졌다. 건축의 최일선 현장에서 당신이 품고 있는 고민을 들려달라는 올해 건축전 전체 주제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에 대한 응답이다.

김성홍(서울시립대 교수) 예술감독은 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주제를 공개했다. 한국관은 김 감독의 총괄 지휘 아래 신은기ㆍ안기현ㆍ김승범ㆍ 정이삭ㆍ 정다은이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해 꾸민다.

김 감독은 “급격한 성장,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 현상, 그로 인한 땅값의 폭동으로 인해 한국인은 좁은 땅을 넓게 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서울에는 건축 대장에는 공식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확장된 발코니, 옥탑방 같은 수많은 잉여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 계획을 발표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총괄한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김성홍 예술감독이 한국관의 테마인 '용적률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 계획을 발표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총괄한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김성홍 예술감독이 한국관의 테마인 '용적률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유는 당연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땅값이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는 총 건축비의 70%를 지대가 차지하는 기형적 현상을 보인다”며 “용적률은 이 같은 현실을 날카롭고 깊게 해부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용적률 게임의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기 위해 큐레이터 팀은 서울에 있는 건물 60만동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김승범(VW랩 대표) 큐레이터는 “지난달 서울의 전ㆍ월세 실거래를 분석해본 결과 대지 면적 300㎡ 기준으로 용적률을 1% 올리면 건축주 수입은 71만원이 올라간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보통 건물 모두에 효율적 공간 활용에 대한 욕망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용적률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는 세 명이다. 제도ㆍ법이라는 통제자, 건축주라는 소비자, 건축가라는 공급자다. 소비자는 당연히 한정된 땅 위에 최대의 건축 면적을 뽑아내려 한다. 통제자는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절한다. 이 상황에서 건축가는 양 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간다. 굉장히 억압적일 것만 같은 상황인데, 뜻 밖의 창의성은 이 때 발휘된다. 김승범 큐레이터는 건축가의 역할을 “창의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욕망을 한계선까지 끌어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시장 중앙홀에서는 이런 창의성이 잘 발현됐다고 평가 받은 국내 36개 건축물의 대형모형과 도면을 선보인다. 전시장 벽면에는 서울의 인구밀도 등 도시의 성장에 관련된 시계열 자료들과 함께 현재 서울의 모습을 한 구역부터 개별 건물들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시각화한 자료들을 전시한다. 동시에 한국관 주제에 대한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함께 보여준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인 반면, 상당히 추상적인 얘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김 감독은 전시 두 달여를 앞둔 시점에서 최대 과제로 “관객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한 킬링 이미지”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부커미셔너를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ㆍ베를린, 에스토니아 탈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전’을 총괄 기획한 바 있다. 올해 주제 ‘전선에서 알리다’는 총감독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정했다. 칠레 출신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도 받았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2년마다 한번씩 열린다. 올해는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진행된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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