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차세대 지도부도 경제 최역점... 시장 개방 후퇴없다”
“쫑 서기장 제외 총리 등 ‘빅4’
가장 민주적 방식으로 세대교체
한국과 관계 중시 친한파들 포진
양국 경협ㆍ무역 큰 폭 확대 기대
대북 제재안 엄격히 준수할 것
中과 영토갈등엔 단호히 대처”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 협력 차원에서 이미 ‘전략적 동반자’관계다. 베트남은 한국의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며, 한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투자국가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북한과도 친선 관계를 유지하는 ‘가깝지만 먼’ 동반자다. 최근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보수 성향의 지도부가 권력을 잡으며 ‘도이모이(Doimoiㆍ시장 개방)’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팜 후 찌 주한 베트남 대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차세대 국가 지도부의 주요 목표도 경제 성장”이라며 “시장 친화적 정책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제 결의안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대북 제재안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4일 서울 종로구 베트남대사관에서 진행됐다.
_지난 1월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일부 교체가 있었다. 어떤 의미의 변화인가.(베트남 전당대회에서는 서열 1위인 친중 보수파 응웬 푸 쫑(71) 현 공산당 서기장이 라이벌인 친미 개혁파 응웬 떤 중(66) 총리(서열 2위)를 물리치고 연임을 확정 지었다. 서기장을 제외한 국가지도부 ‘빅 4’인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은 모두 교체됐다)
“지도부 선출은 역대 가장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두 번째로 정치적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원로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퇴진하며 젊은 정치인들이 그 자리에 올랐으며 경제적으로 ‘도이모이’ 정책의 유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장 친화적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다. 구체적인 경제 청사진도 나왔다. 공산당은 2020년까지 매년 6~7%의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1인당 국내 총생산(GDP) 3,500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_일각에서는 지도부 교체에 따라 베트남의 경제 개방 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산당은 경제 성장에 계속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베트남이 세계에서 고립된다면 경제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에 따라 쫑 서기장과 각료들은 시장 개방 정책을 유지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방침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무역 장벽을 완화하는 노력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팜 대사는 인터뷰 내내 “차세대 지도부는 모두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친한파(fond of Korea)’”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쫑 서기장이 2014년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베트남의 FTA 조기 체결에 합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새로운 지도부들은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_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베트남은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부과한 ‘제2270호 제재안’을 엄격히 준수하겠다. 동시에 우리는 한번도 문제를 둘러싼 당사국들이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평화적 노력이 계속될 때에만 한반도는 물론 주변 지역의 평화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_베트남은 동베트남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최근 중국은 동베트남해에 군사시설을 설치하고 인공섬을 만드는 등 심각한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런 행동은 중국이 1982년 유엔 회담에서 세계 각국과 체결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어긋난다. 우리는 중국이 불법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며, 국제 사회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기를 바란다.”
_베트남은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나.
“제조업과 건설 부문의 성장 덕이 컸다. 제조업과 건설은 각각 전년도에 비해 9.39%, 10.82% 성장했다. 서비스 산업도 6.33% 성장을 기록했다. 무역 활성화도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수출ㆍ입 규모는 모두 10%씩 증가해 수입은 3,280억달러를 달성했고 수출은 1,620억 달러까지 커졌다. 특히 지난해 세계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높은 6.68%의 성장을 이룬 점은 고무적이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 안정적인 국내 정세와 경제 개방 정책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_한국 기업에 가장 매력적인 베트남 투자처는 무엇인가.
“베트남은 2020년까지 산업고도화 전략에 따라 6개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바로 전기, 농기계, 농수산업, 자동차, 선박, 환경ㆍ에너지절감 산업이다. 이 산업들은 정보통신, 바이오, 신소재 등 고도 기술이 필요한 산업으로 이미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기업들에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베트남은 또 국영기업 민영화와 은행권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많은 해외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_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이 있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은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공장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전기세와 수도세도 감면해준다. 직원 채용에 있어서 지방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베트남은 TPP에 가입해 있으며 유럽연합, 유라시아경제공동체와도 FTA를 체결했다. 한국이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이들 나라로 수출할 때 관세 절감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팜 대사는 베트남 외교부, 주미 베트남대사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을 거친 외교통이다. 2005년부터 주한 베트남대사관에서 근무하다 2009년 베트남 본국으로 돌아가 외교부 정책기획국 사무총장을 지냈고, 2013년 10월 주한베트남대사로 부임했다. 베트남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팜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 경제는 경쟁적이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며 “특히 올해 FTA가 발효됨에 따라 양국의 무역 규모는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_주한 대사로서 한국에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50여개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국처럼 환영을 받은 국가는 없었다. 정의화 국회의장, 금호, 롯데, CJ 등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인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대사로서가 아니라 형제이자 친구로서 우정을 느낀다. 특히 가난한 한국을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게 한 한국인의 의지에 감탄했다. 지금까지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했지만,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양국이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