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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대체거래소 설립 계획, 수면 아래로

입력
2016.03.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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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경쟁력 강화 없이 출범 땐

거래소 지분 가치 하락 우려”

주요주주 증권사들 추진일정 올스톱

세계적 급성장 추세서 낙오 우려

주식 주가 게티이미지뱅크
주식 주가 게티이미지뱅크

복수의 주식 거래소를 만들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수년간 공들여 온 대체거래소(ATS) 설립 계획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9대 국회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체거래소 설립 주체이자 한국거래소의 주요주주인 증권사들이 일제히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체질 강화 없이 새로운 경쟁자를 만들 수 없다”는 논리인데, 자칫 대체거래소 설립이 장기 미제로 미뤄질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들의 대체거래소 설립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NH투자ㆍ미래에셋ㆍ삼성ㆍKDB대우ㆍ한국투자ㆍ현대ㆍ키움 등 7개 증권사가 자본금 200억원을 모아 대체거래소를 설립하기로 잠정 합의까지 봤으나 사실상 모든 추진 일정이 중단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답보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고, NH투자증권 관계자도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불투명한 미래와 관련이 깊다. 현재 국내 주식거래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한국거래소가 사업 다각화, 증자 등 체질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걸로 봤던 증권사들의 계산이 어긋나버린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대체거래소의 설립주체이면서 대체거래소와 경쟁관계에 놓일 한국거래소의 주주”라며 “체질 강화방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수료 수익감소 등 한국거래소의 지분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대체거래소를 증권사들이 무리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지분 90% 이상을 국내 27개 증권사가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체거래소 설립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120여개국이 운영 중인 대체거래소는 미국 전체 주식의 35%, 유럽의 41%가 거래될 만큼 급성장세다. 거래체결시간도 일반거래소보다 적게 든다. 유럽 대체거래소는 0.2㎳(밀리세컨드ㆍ1㎳는 1,000분의 1초)로 뉴욕증권거래소(5㎳)보다 25배 빠르다. 기존 거래소처럼 상장심사나 시장감시 기능이 없고, 장기간 검증된 거래체결의 안정성 측면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이런 투자자 편의성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 가능성 등 매력 때문에 그간 증권사들은 대체거래소 설립에 적극적이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대체거래소의 주식거래량 한도(시장 전체 5%→15%ㆍ개별 종목 10%→30%)를 늘리고, 주식매매수수료를 한국거래소(0.0027%)의 최대 절반까지 낮추는 등 지원사격을 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대체거래소 설립 역시 진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안에 통과가 안 되면 자동 폐기되고, 20대 국회 구성 후 재발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대체거래소란

한국거래소와 별도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 수수료 경쟁, 거래시간 확대 등을 통한 주식거래시장 선진화를 위해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이 2011년부터 설립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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