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공천 찬반 팽팽… 결론 못내
공관위에 공 넘겼지만 시간 걸릴 듯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 여부를 놓고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서로 공을 떠넘기며 16일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 의원이 공천 결정 전에 스스로 총선 불출마 입장을 내놓도록 하기 위해 ‘고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거나, 공천 결정을 최대한 늦춰 무소속 출마 준비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등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만으로 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킬 경우 수도권에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4ㆍ13 총선의 판도를 좌우할 수도권 표심은 대구ㆍ경북(TK)과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고위는 이날 오전 공관위의 요구로 유 의원의 거취에 대해 2시간 가까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에 김무성 대표가 정회를 선언했으나 이후 회의는 재개되지 않았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당 정체성에 배치되는 행위(‘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내용의 지난해 4월 교섭단체대표 연설)로 유 의원을 낙천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낙천될 경우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회의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각각의 의견을 들어서 공관위에 소속된 분이 (최고위에도) 계시기 때문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며 “통일된 의견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에 참석한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결정은 공관위에서 하는 것이지만 결정하기가 어려우니 정무적 판단이 필요해 최고위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물어볼 수 없어 개인적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관위가 유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내부 합의 불발로 공을 넘긴 최고위에서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다시 공은 공관위로 넘어오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로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 의원 공천에 대한 논의는) 공관위에서 해야지 최고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 의원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공관위가 비밀투표라도 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최고위에 가져와야 재의를 요청하든지 수용하든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와 공관위가 핑퐁게임을 하듯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데는 민심 역풍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에서 청와대의 찍어내기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 의원을 공천에서조차 배제하면 사실상 수도권 선거는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위는 지난해 7월 거부권 정국에 이어 유 의원의 거취를 놓고 또다시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박 대통령이 당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당 소속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절차를 밟지 않는 대신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을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압박이 계속되자 최고위가 유 의원 거취를 재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개최하기로 결론지어 유 의원의 사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위가 또다시 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집권 여당의 최고위가 ‘청와대 2중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내에선 이런 식으로 최고위와 공관위가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유 의원에 대한 심사가 주말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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