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劉의원, 모처서 홀로 장고”
조해진 등에 낙천 위로 전화
친박 ‘불출마 압박’ 플랜B 가동설

친유승민계 공천 탈락으로 정치적 폐족 상태에 놓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대구에서 이틀째 칩거에 들어갔다. 16일 새벽 대구 용계동 자택을 나온 유 의원은 모처에서 향후 정치적 행로에 대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날 서울에선 유 의원 공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됐다. 전날 공천관리위원회도 유 의원 공천 또는 낙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면서 최고위에 의견을 구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공천결정 시점에 대해 “언젠가”라며 “최고위 이외에도 여론수렴을 거치겠다”고 말해 사안이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유 의원 문제는 파장이 클 수도 있어 정치적인 고려를 많이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당의 두 기구가 예상과 달리 유 의원 처리를 미루면서 ‘유승민 고사작전’이 시작됐다는 말이 흘러 나오고 있다. 당이 공천 결정을 미룰수록 유 의원은 압박감이 커지고, 이른바 ‘유승민 사단’의 결집된 행동도 유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캠프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유승민의 배는 올라갈 수도, 내려올 수도 없다(不可上也 不可下也)”며 ‘병신사화’(丙申士禍)라고 규정했다.
유 의원은 전날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공천 배제된 조해진 의원 등 가까운 의원들에게 전화로 위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행보에 대해선 구체적인 말을 삼갔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선 유 의원이 끝내 경선 배제 또는 공천 탈락을 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유 의원과 통화한 한 소식통은 “많은 고민을 거쳐야겠지만, 컷오프(경선배제)되면 무소속이라도 출마해 주민들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당에서 경선을 주문하면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사퇴 당시 본인을 뽑은 의원들의 총의를 의원총회에서 물은 뒤 물러난 전례가 있다. 대구에선 유 의원이 낙천하면 당에 백의종군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 경우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을 전제로 선거운동을 해온 유 의원 선거캠프는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신중해 했다.
당이 공천 결정을 미루자 친박계의 플랜B가 가동되고 있다는 소문도 대구에선 무성하다. 낙천한 대구 지역 의원들을 동원해 유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면 피를 묻히지 않고 또 역풍도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지만 공천배제된 서상기(북을ㆍ3선) 홍지만(달서갑ㆍ초선) 의원은 이날 공관위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의 지역구에, 다른 지역에서 낙천한 현역 의원 등 새 후보를 투입하는 시나리오도 회자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위의 전날 결정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의 낙천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한구 위원장은 20분 뒤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 결정의 번복이 불가하다며 재의요구도 즉각 반려했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가 제기한 이재오(서울 은평을)의원 낙천 등의 형평성 문제 역시 공관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공개 충돌 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구=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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