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7
朴心 맞선 인사들 공천서 철저 배제
비박계 대부분 경선 참여조차 불허
與 차기 유력 대선주자 없는 상황서
임기 후반 위해 사실상 靑 선거 주도
서청원 의장-최경환 대표 분담론도
전문가들 “권력 사유화 역풍 가능성”
정두언 “친박 일색 공천은 자해행위”
새누리당의 4ㆍ13 총선 공천심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 맞선 자 살아남지 못한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비박계 맏형 격인 5선의 이재오 의원과 ‘원조 친박’인 3선의 진영 의원, 친유승민계 등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의원 대부분이 경선참여 기회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국정주도권을 유지하고 당내에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친박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비주류 중진 정두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 만세를 부를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고 성토하는 등 여권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총선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심을 외면한 데 대한 비판 여론과 사당(私黨)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여당 공천결과가 박 대통령이 거론한 ‘배신의 정치 심판’의 연장선에 있다는 데는 이견이 적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대통령 임기 중ㆍ후반에 실시되는 선거는 차기 대선 주자 중심으로 청와대와 선을 긋고 독자적ㆍ자율적으로 치르는 것이 지금까지 패턴”이라며 “이번엔 여권 내 유력 주자가 존재하지 않아 대통령이 사실상 선거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경제행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구ㆍ경북(TK)을 방문한 데 이어 16일 부산을 찾는 등 여당의 텃밭인 영남권을 잇따라 찾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당 공천에 ‘박심’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파다한 마당에 박 대통령이 공정성 시비가 불 보듯 뻔한 지역 방문을 이어가는 것은 결국 총선 이후를 내다보는 포석이라는 게 중론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마디로 집권 후반기를 위한 직할체제 구축 목적”이라며 “수도권보다 영남에 집중한다는 건 야당 공세보다 여당 내에서의 권력 분산을 더 우려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홍 소장은 “‘3김시대’ 식의 중앙집권적 권력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친박계의 구상을 막기에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여당 내 세력의 힘이 약하다” 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20대 국회에서 8선을 노리는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국회의장을 맡고,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를 맡는 친박계 역할 분담론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또 ‘진박’ 초선들로 ‘박근혜 키즈 2기’를 꾸리면 임기 후반기 국정주도권을 유지하고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경제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라며 개헌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음에도 친박계 일각에서 잊을만하면 개헌론 불씨를 살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는 비박계나 야당으로 권력이 넘어가면 정치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어떤 식으로든 열어두겠다는 게 친박계의 생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이런 구상이 권력 사유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오히려 총선에서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정두언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선거전략으로 활용해야 할 공천을 내부 권력투쟁의 장으로 써버리면서 친박을 포함해 모두가 패배자가 될 위기 상황”며 “결국 권력 강화는커녕 권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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