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내시경 환자를 성추행한 의사가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의사의 성추행 의혹을 보고 받은 관리자들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는 수면 상태의 환자들을 성추행한 혐의(준유사강간)로 의사 양모(58)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서울 H의료재단 강남센터 내시경센터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10~11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여 받은 여성 환자 3명의 주요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같은 해 12월 이 병원을 나와 이듬해 2월 전남의 한 종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비슷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지난 1월 권고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인 노영희 변호사는 양씨를 강제추행과 모욕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 10월 간호사로부터 문서로 양씨의 범행을 보고 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양씨가 이후 2차례 더 범행을 저지르도록 방조한 혐의로 고발된 이 재단 이사장 이모씨와 이모 상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고의로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고 보고를 받은 뒤 자체 조사를 하기도 해 법적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영희 변호사는 “관리ㆍ감독 의무가 있는 이사장과 상무가 간호사들로부터 양씨의 범행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에도 양씨를 직무 배제조차 하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라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확인한 후 항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 의혹에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관리자들이 형사적 책임을 지도록 사법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명선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는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들이 수수방관하면 피해자들이 2차 피해가 두려워 결국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사법기관이 적극적으로 관리자 책임을 물어야 직장 내 성범죄가 근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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