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시기 연기해 액수 늘려
수급 연기 신청자 5년 만에 15배로
일용직, 전업주부 가입 크게 증가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A(65)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연금(노령연금)으로 월 187만원을 받고 있다. A씨는 1988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22년간 매달 23만원 꼴로 보험료를 납부했다. 1950년 11월생인 A씨는 60세를 넘은 2010년 12월부터 매달 123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연금액이 필요하다고 본 A씨는 연금수령을 5년 간 늦췄고, 당초보다 월 64만원을 더 받게 됐다. 16일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15년 국민연금통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 중 가장 많은 연금액을 받는다.
A씨가 비교적 넉넉한 연금을 받게 된 것은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한 덕이 컸다. 연기연금제도는 연금수급 시기를 최대 5년 늦추는 대신 그 기간 동안 가산율(연 7.2%)과 물가변동률을 반영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종의 '고진감래’인 셈.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노후대비 투자를 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A씨처럼 조금이라도 국민연금의 수령액을 늘리려는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864명이었던 연기 신청자는 지난해 1만2,471명으로 5년 만에 15배 정도 증가했다. 연금을 한 푼이라도 더 타려면 A씨처럼 수급시기를 늦추거나, 보험료 납입기간을 늘려야 한다. 퇴직하면서 당시까지 냈던 연금보험료를 일시에 받은 경우 이를 반납하는 방법이나 실직ㆍ휴직으로 내지 않았던 연금보험료를 한꺼번에 몰아내는 방법(추납)도 납입기간을 늘리는 방안이다. 2010년 5만5,033건이었던 반납신청은 지난해 10만2,883건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추납신청도 2010년 2만5,717건에서 지난해 5만8,244건으로 늘었다. 국민연금공단 연금급여실 관계자는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거나 추가 납부로 가입기간을 늘리는 등 개인 여건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며 “잘만 활용하면 국민연금도 효율적인 노후대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최고 연금액을 받는 사람은 경기 안산시의 B(61)씨였다. B씨는 1988년부터 26년간 월평균 24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해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154만원을 받고 있다. 최고령 수급자는 연금을 받던 자녀가 사망하자 대신 유족연금으로 받고 있는 서울의 C(108)씨였다. 유족연금은 기존 연금수급자 사망시 배우자, 자녀, 부모 등 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가족이 연금을 대신 받는 제도다. 가입기간에 따라 기존 연금액의 40~60%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100세 이상 수급자는 47명으로 월 평균 23만원을 받고 있다. 최장기간 수급자는 경북 포항시의 D(59)씨로, 1년간 16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뒤 1989년부터 26년 11개월간 9,500만원을 받았다. 그는 1988년 사고로 장애를 입어 그 이듬해부터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 장애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판정 받은 시점부터 장애 정도(1~4급)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일용직 근로자 39만2,000명이 국민연금에 새로 가입한 점이 눈에 띈다. 2014년 일용직 신규 가입자(1만4,000여명)보다 28배나 증가한 숫자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2월부터 국세청과 고용노동부의 일용근로소득자료를 토대로 국민연금 미가입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의무는 없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임의가입자는 지난해 24만명 늘었다. 이 중 84%인 20만명이 여성으로 상당수가 전업주부로 추산된다. ‘1가구 1연금 시대’에서 본격적으로‘1인 1연금 시대’로 전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는 전년보다 44만명 늘어난 2,157만명이었다.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전년보다 28만명 늘어난 403만명으로 처음으로 400만명을 돌파했다.
세종=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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