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호품으로 등장한 게 ‘아이템’이다. 원래는 제품 재고관리와 관련해 특정 단위품목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그게 게임 확산에 따라 게임 주인공인 캐릭터의 기능 등을 강화해 원활한 플레이를 돕는 장비 등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전투형 게임을 예로 들자면, 캐릭터에 적용되는 무기나 방패, 캐릭터에게 입히는 옷과 액세서리는 물론, 캐릭터의 체력이나 마력을 높여주는 소모품도 포함된다.
▦ 1980년대 초기 전자오락인 ‘겔러그’ 같은 게임에서도 그런 아이템의 원형이 없지 않았다. 화면 위로부터 줄지어 내려오는 파리떼를 쏴서 없애는 광선포의 화력은 게임 중에 화력강화장치를 흡수하는 데 따라 점점 증강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 게임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 우선 한 번 쓰고 소멸되는 당시의 광선포와 달리, 요즘 캐릭터는 대부분 게이머의 고유계정 속에서 특정 기능의 아이템을 보유한 ‘역사적 존재’로서 계속 살아 있다. 더욱이 ‘리니지’ 같은 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 게임 속에서 캐릭터는 가상세계 속에 존재하는 게이머의 분신처럼 여겨질 정도다.
▦ 아이템은 대게 게임업체들이 게임사이트 등에서 기본가격에 판매하거나, 게이머가 게임 중에 습득하는 식으로 유포된다. 하지만 막강한 아이템을 원하는 수요는 많고, 그런 아이템일수록 게임 실력이 뛰어나야 습득이 가능한 구조이다 보니 자연스레 게이머 간 아이템 거래시장도 발달해 거래액이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로 팽창했다고 한다. 특히 2010년 대법원이 아이템의 현금 환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로는 각종 거래사이트들까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 아이템 가격도 놀랍다.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인기 아이템이 많다. 리니지의 강화된 집행검인 ‘+3 집행검’은 1억원 이상에 거래됐다는 주장도 있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외국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코 푼 휴지 가격이 700만원에 낙찰될 수 있는 게 기호품 가격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굶주림 속에 팽개친 고 신원영군 계모가 8개월 간 아이템 구입비로만 수천 만원을 썼다는 얘긴 왠지 섬뜩하다. 게임중독의 비정상적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듯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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