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영) 상사?”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배우 송중기(31)는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기자간담회에서 첫 질문이 나오자 극중 군대 후임으로 나오는 진구를 먼저 찾았다. “우리는 군인이니까”라며 한 ‘서열놀이 장난’이다. 송중기는 극중 멜로 연기를 펼친 송혜교(34)와도 “누나, 내 말 듣고 있어요?”라며 간담회 도중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줬다. 송중기 송혜교 둘 다 이미 촬영을 마친 드라마의 낭만에서 채 빠져 나오지 못한 눈치였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8%를 돌파하며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까지 화제인 드라마의 두 주인공을 만나 작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송중기 “군인 역이라 더 잘 하고 싶었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송중기의 드라마 속 말투인 “~지 말입니다”를 패러디 한 글이 쏟아지고 있다. 송중기가 달콤한 목소리로 삭막한 군대 말투에 환상을 불러 일으킨 덕분이다. 이를 두고 송중기는 “15일에도 한 시상식에 갔는데 주위에서 ‘~지 말입니다’를 해달라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예비역들 사이에선 “~지 말입니다”를 쓰는 군인이 어디 있느냐는 부러움 섞인 지적도 나온다. 송중기는 “군 생활 할 때 실제로 그 말투를 썼다”며 웃었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에서 ‘상남자’로 거듭나 여심을 파고 들었다. 뽀얀 피부에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의 반전이 통한 것이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마음이2’와 ‘늑대소년’을 비롯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에서 외모가 도드라지거나 유약하고 반듯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4일 ‘태양의 후예’ 첫 방송에서 칼을 들고 북한군과 몸싸움을 벌이는 연기도 거침 없이 선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며 다졌던 승부근성을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녹인 것이다. 송중기는 “나와 극중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80%”라며 “닮은 부분이 많아 더 쉽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육군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5월에 제대한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로 배우로서 ‘화려한 성인식’을 치렀다. 로맨틱한 작품으로 뜬 남성 청춘 스타들은 군 제대 후 이미지 변화로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다. 배우 입장에서는 군 제대 후 20대 때 보여줬던 달콤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길 원해 강한 배역을 찾게 되지만, 그 배우의 낭만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반대로 혼란을 느껴 대중적인 접점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영화 ‘군함도’)에서도 공교롭게 군인 역을 하게 됐네요. ‘태양의 후예’는 워낙 대본이 좋아 선택한 거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이 군 문제에 민감해 더 잘하고 싶었어요. 의사와 군인의 사랑을 보여준 게 드물어 그 자체를 시청자 분들이 신선하게 봐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환호만 받았던 건 아니다. ‘태양의 후예’는 군국주의를 조장하고, 이렇다 할 이야기 없이 로맨스만 펼쳐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송중기는 “다양한 의견을 정말 환영하고, 그게 바로 대중 예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며 “다만 드라마를 끝까지 봐주시면 작품 속 깊이를 꼭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로 배용준과 김수현의 뒤를 이을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그 소감을 묻자 송중기는 겸손함에 농담을 버무려 현장을 다시 한 번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제 자신도 들뜰까 싶어 다 잡고 있어요. 회사 매출은 좀 달라지겠지만요, 하하하.”
송혜교 “10년 만에 코믹 연기, 어렵더라”
“군인이면 여자친구 없겠네요? 빡세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여의사는 “남자친구 있냐”며 작업을 거는 유시진 대위(송중기)에 맞불을 놓는다. “예쁜 의사를 원하는 거면 잘 찾아왔다”고 능청을 떨면서도, 응급 환자가 생기면 물불을 안 가리는 모습이 반전 매력을 준다. ‘태양의 후예’에서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을 연기하는 송혜교의 모습이다.
2004년 가수 겸 배우 비와 코믹한 커플 연기를 선보였던 드라마 ‘풀하우스’에서의 밝고 명랑한 캐릭터가 떠오른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를 비롯해 영화 ‘오늘’(2011), ‘두근 두근 내 인생’(2014) 등 최근 몇 년 간 출연작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활기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무거운 작품만 하다가 밝은 작품이 들어와 설렜어요. 다만 10여 년 만에 코믹 연기를 하려니 어렵더라고요. 감도 잘 안 왔고요. 강모연은 얌전한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김은숙 작가님이 저를 만나고 난 뒤 제 안의 밝은 기운을 보시곤 그걸 캐릭터에 녹여주셨죠.”
데뷔 후 처음으로 연하 배우와 로맨스를 펼친 송혜교는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선수를 쳤다. “안 그래도 (송)중기한테 노인 취급을 당했어요. 대화하면 비슷한 시대를 살았구나 싶어 전 공감했는데, 중기는 되게 어린 척 하더라고요. 중기의 매력이요? 어리지만 듬직해요.”
송혜교는 3년 만의 안방극방 복귀작 ‘태양의 후예’로 오랜만에 ‘흥행 갈증’을 풀었다. 전작인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이 작품성은 인정 받았지만, 시청률은 10%대에 그치거나 그를 한참 밑돌며 대중적 사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혜교는 “한류가 꺼져가고 있는 시기인데 한국 드라마의 힘을 보여준 듯해서 기쁘다”고 의미를 뒀다. 의사 연기가 어색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배역을 위해 급하게 공부하다 보니 어설픈 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반성도 했다. 재난 상황에서 의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환자를 진료한 장면이 나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의료 봉사를 해외로 나왔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들뜬 마음에 멋을 낸 상황이었다”며 “재난 현장에 어울리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위기 상황에서 옷 갈아 입을 시간도 없이 환자를 돌보는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열 네 살에 교복 모델로 데뷔한 송혜교는 161cm의 아담한 키에 인형 같은 얼굴로 아시아의 ‘멜로 스타’로 살아왔다.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가을동화’(2000)로 스타덤에 오른 송혜교는 이병헌과 커플로 나온 ‘올인’(2003)으로 일본과 중국을 뒤흔드는 한류스타로 거듭났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2013)와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태평륜’(2015) 등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활동 무대를 넓히기도 했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1998~2000)시절 귀엽기만 한 사고뭉치 소녀가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준 덕이 크다. 그런 송혜교의 다음은 뭘까.
“작품을 하면서 이쯤 되면 쉬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제가 연기력이 안 돼 작품마다 차이를 둬 가며 철저하게 이미지를 만드는 일도 벅차고요. 앞으로도 한 장면 장면에 몰입해 충실히 연기하려고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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