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걸 잘못했습니다.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7살 난 의붓아들을 모질게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계모는 뒤늦게 반성했지만 부질없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6일 신원영(7)군의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공동정범) 및 사체유기ㆍ아동복지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를 적용, 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직접적인 의도(미필적 고의)는 없었으나 원영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음에도 범행한 것으로 본 것이다. 잇따른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면수심의 부모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경찰은 원영이 누나 A(10)양의 2차 피해를 우려, 이들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계모 신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지난달 2일 오전 9시30분쯤 원영이가 평택시 포승읍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3개월간 화장실에 감금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뒤 같은 달 12일 청북면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다. 친부는 이런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고 계모와 함께 친아들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다.
이들은 지난해 2~4월 원영이와 초등학생이던 A양을 막대기와 플라스틱 자 등으로 마구 때리고 1.5㎡ 남짓한 베란다에 가둬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계모와 친부의 반 인륜적 범행이 속속 드러났다. 계모는 난방도 되지 않는 차디찬 화장실에 원영이를 가두고 하루 한끼만 줬고 1ℓ짜리 락스 2병을 온몸에 들이 붓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과 다퉈 화가 난다는 게 이유였다.
원영이가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1일 오후 1시쯤에는 대변을 못 가렸다며 알몸에 찬물을 끼얹은 뒤 밤새 방치했다. 그날 평택의 최저 기온은 영하 12도였다. 원영이는 20시간 넘게 차디찬 바닥에서 공포에 떨다 짧은 생을 마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원영이의 사인은 굶주림, 다발성 피하출혈, 저체온증 등으로 추정됐다
어린 의붓아들에게 견뎌낼 수 없는 고통을 준 계모는 지난 7개월간 4,000여 만원 상당의 모바일 게임용 아이템을 구입해 게임을 즐기고 홈쇼핑에서 2,000만원 상당의 쇼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영이가 숨을 거둔 뒤에는 마치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친부와 거짓 문자를 주고받거나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사 두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했다. “사망할지는 몰랐다”며 살인 혐의는 여전히 부인 중이다.
친부는 “사망 2~3일 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만 없으면 단 둘이 살수 있다고 생각한 계모와 자식보다는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더 걱정한 친부가 벌인 끔찍한 범행”이라며 “일반인의 통념과 상식을 반영해 혐의를 적용한 만큼, 살인죄 처벌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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