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인 ‘치킨공화국’에서 닭고기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산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경제동향 2015년 겨울호에 실린 '닭고기 수급 불균형과 파급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도계 마릿수는 9억6,696만 마리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1990년 1억4,754만 마리였던 도계 마릿수는 매년 늘어 지금까지 연평균 7.8% 증가했다. 전년인 2014년(8억8,551만마리)과 비교하면 9.2% 늘었다.
닭고기 공급 증가로 작년 9월에는 ㎏당 육계 산지가격이 2007년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당 1,118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평균 육계 산지가격도 전년(1,574원)보다 5.7% 하락한 ㎏당 1,484원이었다.
반면 닭고기 소비는 정체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이 집계한 2015년 가구당 4주 평균 닭고기 구매량은 1.7㎏으로 2014년(1.85㎏)보다 5.6% 줄었다.
신규 닭고기 계열업체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져 닭고기 소비량 수준을 넘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2011년에 진입한 사조화인코리아(구 사조인티그레이션)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5%를 기록했다. 2013년 진입한 참프레는 2년 만에 점유율을 7.7%까지 끌어올렸다.
업체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불붙으면서 도계 작업 물량이 늘어 닭고기 공급량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닭고기 재고량이 증가하고 업체 영업 이익은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 계열업체 냉동 비축 물량은 2014년(958만마리)보다 28.5% 증가한 1,241만마리였다.
닭고기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장한 주요 계열업체의 영업이익은 하림 -22억6,000만원, 동우 -17억2,000만원, 마니커 -25억5,000만원 등 줄줄이 적자였다.
육계 산지가격이 하락하면서 계열업체가 영업이익이 줄어든 부분을 위탁수수료 인하 등의 방식으로 위탁 사육 농가에 전가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작년 9∼10월 육계 사육농가 116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업체의 67.9%가 계열업체로부터 받는 위탁수수료가 과거보다 내렸다고 답했다.
도계 마릿수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과 닭고기 수입량 증가로 올해는 육계 산지가격 하락폭이 작년보다 클 전망이다.
올해 1∼8월 도계 마릿수 전망치는 전년보다 5%, 평년보다 22.9% 증가한 9억8,946만마리다. 농협발표가격 기준 지난달 육계 산지가격은 ㎏당 평균 1,348원으로 작년 2월(1,746원)보다 22.8% 내렸다. 3∼5월에도 ㎏당 1,200∼1,400원대를 이어갈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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