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탄두 폭발시험 등 공언
5월 당 대회 앞두고 감행 관측
軍 “재돌입 기술 확보 시기상조”
中, 北의 잇단 핵 위협 발언에
“한반도 긴장시키지 말라” 경고
북한이 핵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발사를 공언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확보했다는 주장도 처음으로 내세웠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북한이 핵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5월 당 대회를 앞두고 추가로 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 공격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도로켓의 앞부분인 탄두가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모의시험을 지도한 자리에서다. 이어 “군사 대국들이라고 자처하는 몇 개 나라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자력자강의 힘으로 당당히 확보함으로써 커다란 전진이 이룩됐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핵탄두 폭발시험과 탄도로켓 발사를 동시에 언급한 것은 2006년 이후 4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물질의 ‘폭발력’은 충분히 검증했다는 의미다. 미사일에 장착할 소형화된 탄두를 만들어 ‘실전능력’을 확인하는 단계가 남았다. 핵 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를 위해 5차 핵실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긴급 당정협의 직후 “북한이 핵을 탄두로 만들어 실험을 하는 건 핵을 완성했다는 것이어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탄두를 운반할 로켓발사도 함께 강조했지만, 상공에서 핵탄두를 터뜨릴 경우 방사성 물질이 노출되기 때문에 핵탄두 폭발시험은 지하나 수중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4월에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둘러 핵무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4월에 증폭핵분열탄으로 5차 핵실험을 감행해 5월 열릴 당 대회에서 최대 성과로 내세운 뒤, 핵 모라토리엄(동결)을 카드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체제를 결속하고 대외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핵에 더욱 매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이 주장한 탄두 재진입기술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사거리 1,000㎞ 이하)은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이 가능하지만 중ㆍ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오늘 발표한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정치적 결단이 내려지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현재는 특이징후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김정은의 잇단 핵 위협 발언과 관련,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 당사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요구를 철저히 이행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며 “모든 당사국은 한반도의 정세를 추가로 긴장시키거나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루 대변인은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에 대해 “중국 내부의 법률ㆍ법규에 따라 각 주체와 중국 기업에 관련 내용을 조속히 통보함으로써 수출입 관리 규정 등에 근거해 기업들을 엄격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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