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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인간이 해볼만한 수준…실력 우위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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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인간이 해볼만한 수준…실력 우위 인정 못해”

입력
2016.03.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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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너무 달라 적응 어려워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못따라가

패인은 실력보다는 심리적 부분

굉장히 아쉽지만 원없이 즐겨

다시 대국해도 이길지는 의문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5국에서 패해 1승4패로 대국을 마무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5국에서 패해 1승4패로 대국을 마무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hongik@hankookilbo.com

“다시 알파고와 바둑을 두더라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은 든다.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세기의 대국’ 마지막 대결에서 알파고에 승리를 내준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의 놀라운 집중력은 인정했지만 그것이 실력의 우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9단은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에서 2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총 다섯 번의 대국 가운데 가장 긴 5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승부는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대국에 집중, 마지막 승리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주일 간의 대국을 통해 인간의 품격과 바둑의 아름다움을 전한 이 9단은 이날도 패배의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았다. 그는 “이번 대국은 정말 인간의 패배는 아닌 것 같다”며 “이세돌의 패배가 맞고, 나의 부족함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고 말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이 9단의 아쉬움은 컸다. 대국 종료 약 40분 뒤인 오후 6시 40분쯤 국내외 취재진과 바둑 관계자 400여 명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의 첫 마디는 “굉장히 아쉽다”는 것이었다. 대국 때와 달리 주황색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부인 김현진(33)씨, 딸 혜림(10) 양과 함께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9단은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알파고와의 대국이 끝나서 아쉽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해내지 못해서 더 아쉽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심리적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는 “사실 이번 대국은 아무래도 제게 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출발했다”며 “그럼에도 패한 것은 제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심리적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대국 상대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었기 때문이다. 이 9단은 “생소한 대국 환경에서부터 수를 두는 스타일 등 (사람과) 너무나 달랐고, 그것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게 사실”이라며 “(패인은) 실력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고백했다.

다만 알파고의 집중력만큼은 강점으로 인정했다. 이 9단은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는 것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며 “실력적 우위는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집중력에서는 역시 사람이 이기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1승4패로 끝났지만 그는 알파고와의 대국을 즐겼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바둑을 즐기고 있나’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있었는데 이번 대국만큼은 정말 원 없이, 마음껏 즐겼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파고의 수법을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바둑 격언이나 바둑에 대한 이해, 인간의 창의력 등에 의문이 생겼다”며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아쉬움이 많았지만 응원하고 격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더 발전하는 이세돌을 보여드리겠다”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 말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대국 현장에서 공개 해설을 한 김성룡 9단은 “이 9단이 위대한 도전을 끝냈다”고 총평했다. 그는 “(이 9단이 모두 진) 1~3국에서는 ‘승부사’인 이 9단의 고뇌를 엿봤고 4, 5국은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볼 수 있었다”며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알파고와 ‘알파고의 친구’인 이 9단과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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