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녹취록 파문’이 불거진 이후 당 안팎의 사퇴 압박에도 버티던 친박계 핵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15일 결국 공천 배제라는 초강수 조치가 나왔다.
윤 의원의 공천 배제는 전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배제 대상자로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가 돼 왔다. 당초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문제의 발언은 취중에 사적으로 한 말이고, 불법적인 녹음 내용이라는 이유로 윤 의원을 구제하자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말의 대상이었던 김무성 대표가 공개적으로 윤 의원 사과의 수용을 거부하고 비박계가 공천의 막후에 청와대와 친박계가 있다고 공세를 펼침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여권 핵심부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윤상현 용퇴론’으로 뜻을 모으면서 분위기가 확 기울었다. 윤 의원의 막말 파동을 단순히 계파간 갈등으로 치부해 방치하거나 윤 의원을 감쌌다가 공천 문제가 꼬이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해진 것이다.
실제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윤 의원이 굉장히 억울하고 어떻게 보면 피해자 입장인데 그럼에도 민심이 뒤숭숭한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친박계인 김용남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책임을 지고 급물살을 단박에 건너듯 급류 용퇴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진 불출마를 압박했다.
윤 의원은 이날도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모습이었다. 윤 의원 지지자 60여명은 이날 여의도 새누리 당사 앞에서 윤 의원의 낙천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을 겨눠 이미 조준 작업이 끝난 공천 시나리오의 파고를 막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의원 문제는 이날 친유승민계와 비박계 중진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 학살을 앞당기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비박계 학살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파의 희생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데, 친박계의 핵심 아이콘인 윤 의원이 막말 파문으로 자연스럽게 ‘논개’가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그가 공천 배제됨으로써 당초 ‘공천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친박 중진 상당수가 살아 남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영화기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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